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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Oct 05. 2017

변명하기 딱 좋은 이유가 생겼다.

시간을 번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늘린 것일까..

혼자서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게 어느덧 두 달 전 일이다. 여전히 브런치는 텅텅 비어있다. 자꾸만 신경쓸 다른 일들이 생기는 탓이다. …아니, 지금의 일들 또한 연속선 상에 놓인 것이라 과거의 특정한 시간만을 ’삼시세끼 프로젝트’ 라고 딱 한정짓기가 어려워서이다.

지나간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흐르는 기억은 변한다. 기억이란 마치 움직이는 생물처럼 자라고 사라지고 바뀌는 탓이다. 그래서 어느 한 시점의 기억을 글로 박제하는 일은 망설여진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은 어렵다. 바꿀 수 없으니까..

이 불변함은 필연적으로 부끄러움을 수반한다. 어떤 근자감에서인지 "그래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하고  대범하게 적어 놓다가도 고작 몇 달이 지난 후에 다시 보면 반응은 대게 세가지 경우로 나뉜다.

"아…이건 좀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네"
"이렇게 무식하게 지껄이다니!"
"아악 그냥 개 쪽팔려!!"

이래저래 미래의 부끄러움이 너무도 예정된 탓에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은 부끄러움 하나를 늘리는 일이다. 그래서 어렵다. 이런 마음을 누군가 알아준 건지 마침 일 하나가 내 앞에 떨어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한동안은 여기에만 몰두하면 된다.


‘이 일이 끝난 후에는 나는 어떤 기억을 가지게 될까?’


#파밍로드 #삼시세끼다른버전 #내가그리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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