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18-150823 그 공백의 이야기
뉴욕에서 내가 한 학기동안 머물 학교는 SBU(Stony Brook University)다. 먼저 와서 짤막히 여행을 하느라 사흘간 머물렀던 뉴욕 롱아일랜드의 서쪽인 '퀸즈'에서 롱아일랜드의 북동부에 자리한 '스토니브룩'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그렇게 환승을 무려 ‘두 번’이나 해야 했다.
#기숙사입성 _웰컴투 시골랜드
스토니브룩 주변은 그야말로 휑하다. 뭔가 이 학교 학생들이 이곳의 주민일 것 같다. 이곳에서 내가 배정된 방은 교내에 있는 West apartment. 한 방에 6개의 싱글룸이 있고, 부엌과 주방은 공유하는 형식이다. 사실 기숙사에 들어오고 약 3일 정도는 갑자기 마주한 낯선 환경 속에서(여행과는 다른 느낌이다. 난 지금 이곳에 살기 위해 왔으니) 외롭기도 하고 삭막하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도 안 잡혔다. 교환 생활은 천국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이 타지에서 내게 주어지는 자유가 마냥 자유는 아닌 것 같아 불안하고 뭔가를 얻어가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먼저였다... 그렇게 그저 앞으로가 막막하고 왠지 모르게 초조했다.
#오리엔테이션 _첫 만남, 첫 시작
그렇게 3일의 시간이 흐른 후, 교환학생들을 위한 OT가 있는 날. 이때 인연이 된 독일인 올레(진짜이름)와 필릭스, 일본인 나고야와 츠바사, 대만인 샹펑과 함께 첫 나들이를 갔다. 마침 다들 며칠 간 기숙사에만 있으려니 답답했는지 바다를 가잔다. 걸어서 약 한 시간이라니 뭐 쿨하게 걸어갔지만 결국 가다가 히치하이킹을..
해수욕과 배구도 마친 후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낯익은 차가 있었으니 "Are you guys walking on the road again?" 허허헣 좀 전의 아저씨다. 인심 좋은 아저씨는 차를 돌리기를 자처하며 우리를 다시 스토니브룩까지 데려다 주신댄다. 하하하하하하 엄청 엄청나게 운이 좋다. 그렇게 기분이 한결 나아진 날.
#FirstNightOut _개강 전 학교 느낌
SBU Student Life, SBU Weekend Life등등 페이스북 페이지, 홈페이지 사이트만 해도 수십 개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여기의 학생 자치활동들은 온라인을 통해 꽤나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개강 전 주말에 열리는 신입생들을 위한 환영식인 First Night Out 파티에서도 느꼈지만 누군가의 지휘 하에 단체로 움직이거나 정해진 규율에 따르는 것이 없이 다 같이 어울리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 다가가느냐에 따라 쉽게 어울릴 수도 있고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곳이 미국인 것 같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놀아야 한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굉장히 조급하다. 익숙한 즐거움들과 동떨어진 외딴 곳에서 하나하나 들이대며 나아가야 하니 더욱 그렇다. 그래도 이렇게 조급하고 불안해 할 그 시간을 차라리 좀 더 유익하고 즐거운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는데 투자하는게 낫겠지.
#교환학생도 #잘해내길 #진심으로 #비나이다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