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24 두근두근 설렘 혹은 불안
미국에 온지 15일째.
학교에 온지 11일째.
드디어 개.강! 기념으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교재구입 _지식은 비싸다.
서점에 가면 책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4가지다. 중고책을 (1)빌리거나 (2)사거나, 새책을 (3)빌리거나 (4)사거나. 물론 중고책을 빌리는 것이 가장 저렴하지만 이래나 저래나 생각 외로 가격이 엄청나다. 무슨 어떤 책은 중고를 빌리는 것만 해도 8만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뭐..그래. 교재가 비싼 건 뭐 지식의 값이려니 그렇다 치자. 아니 왜 노트들도 이렇게 비싼 건데! 막 쬐깐한 못생긴 코끼리 수첩이 무슨 한화로 약 4000원이나 하고, 무제 노트는 기본 8-9000원을 임박한다. 하.. 공부를 하란 건지 말란 건지.
#수업철회 _철회는 언제나 옳다.
이곳도 역시 첫 주는 수강정정기간. 나중에 혹시모를 남미 여행을 위해 야심차게 골랐던 수업이 있다. 바로 <Latin America Today> 사실 난 남미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아는 스페인어도 그나마 주워들은 "올라"와 "꼬모에스따스" 뿐. 그런데 첫날부터 교수님이 캐러비안 지역에 관해 생각나거나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 내란다. 캐러비안이 중남미 바다인지도 몰랐다. 결국 솔직하게 '캐..러비안 베..이'와 '캐러비안의 해..적'을 적어냈다....철회해야겠다.
#수업정정 _내 전공이 뭐더라?
그렇게 라틴 역사 수업을 빼고 대체할 수업을 찾고 있다. 전공이수 학점을 채우려면 듣긴 들어야겠는데 시간은 맞질 않고 듣고 싶은 걸 듣자니 내 전공이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참..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시간표는 항상 멘붕이다. 그러다 눈길이 가게 된 Acting 수업. 어... 음... 연기라.. 지금으로부터 한 1년 반 전, 우리끼리 재미삼아 만들었던 단편 영화에서 이별 후 우연히 마주친 연인을 만난 여주 역을 맡아서 슬프지 않지만 슬퍼해야 했던 이후로 처음인데..허허헣 어디 한 번 해 봐? 하는 심산으로 등록. 그렇게 내 시간표를 채우게 된 Foundation: Drawing 과 Acting.. 어..나.. 전공이??????
#어쩌다보니연기수업 _이건 무슨 신세계 울랄라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예대 건물. 교실은 책상은 없고 텅 빈 공간이다. 교수님은 포르투칼 출신이신데 포스부터가 다르다. 형형색색의 패턴과 진한 원색의 화려한 원피스라니.. 핡 좋다. 그런데 이건 무슨 Acting 이라기 보단 Dancing에 가깝다. "엄청나게 뜨거운 바닥 위를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걸어봐라" 하면 팔딱 팔딱 뛰면서 걸어다니고, "꿀이 넘쳐 흐르는 항아리 속에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걸어봐라" 하면 떨어지는 꿀 받아먹는 시늉도 하고, 진득한 땅에 달라붙은 발을 쩌억 쩌억 떼어내며 걷고 있다. 그러다가 "우리의 도구는 우리의 몸이란다" 하며 몸을 붓이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라니 이제 난 아예 막춤을 추고 있다. 되도 않는 웨이브도 하고 골반도 털어보고 어깨도 탈골! 탈골! 탈골탈골탈골! 와..겁나 잼.
#음식 _강제 요리 위기
이곳도 학식이 있긴한데 그냥 식당 느낌이다. 가격이 그다지 싼 편도 아니라 주말에 마켓에 가서 재료를 왕창 사온 뒤, 일주일 내내 만들어 먹는게 싸단다. 음..요리라...서울서도 잘 안 해 먹었는데 여기서 강제 요리하게 생겼다. 하지만 뭐..괜찮다. 우리에겐 독일인이 있다. 올레! 팬케잌을 만들 때도 능숙하게 뒤집기도 잘한다. 그걸 보더니 따라하던 샹펑. 반죽은 이리저리 흘리고 팬케잌은 뭉개지고.. 아 이 원숭이 자식. 덕분에 만들어진 못난이 팬 케잌과 덜 익은 바나나. 이상한 건 다 자기가 먹겠다는 올레다. 참.. 뭐랄까.. 올레는 엄마 같다. 필릭스는 아빠. 샹펑은 대만 입양아...(그래도 간간히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나름대로적응해가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