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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Jan 05. 2019

“네가 살던 곳은 어땠어?"

어린 시간이 담긴 공간, 고향에 대하여

2016.06.05. @남인도오로빌


우리는 세계 곳곳의 시골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시골인 걸까?


Q1. 우리는 어쩌다 시골로 향하게 된 걸까?

(양지)
"나는 어릴 때부터 통영에서 자랐잖아. 그래서 어릴 적에는 서울을, 도시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동경하던 곳에 와서 내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는데도 항상 마음은 그곳, 시골에 있더라. 그냥.. 자라면서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한적함? 바다를 못 보는 게 컸어. 예전에 코앞에 살 때는 주변을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던 게 후회되기도 하고.. 그래서 오히려 대학 들어와서 집에 내려갈 때마다 주변을 돌아다니곤 해."

(애자)
"음.. 광주는 따지고 보면 도시지. 정작 나는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거야. 그래서 오히려 시골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어릴 적부터 아빠랑 나중에 시골로 이사 가자며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시골집을 그리곤 했거든. 액자로 만들어서 항상 침대 위에 걸어 놨었어."

.. 창문을 열면 통영 앞바다가 보였다.
.. 창문을 열면 광주 무등산이 보였다.


Q2. 어릴 적 이웃들과의 관계는 어땠어?

(양지)
"통영 바닥은 진짜 좁아. 통영시이긴 하지만 인구 수도 많지 않아서 거의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정도? 통영 자체에 학교들이 몇 개 없거든. 어릴 때는 주택에 살았는데 정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모습 같았어. 엄마한테 혼나 가지고 집에서 쫓겨나면 울면서 앞집 아줌마 집에 가 있고, 학교 끝나면 애들이랑 골목에서 봉봉 타고 놀고.."

(애자)
"그렇구나. 나는 항상 아파트에서만 살았지 사실 주택에 살아본 적이 없어. 그래서 언젠가 주택, 1층에 살 거라고 다짐도 했다. 응팔이 부럽기도 했고. 그래도 예전에 광주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았을 때는 이 집 저 집 놀러 다니고, 아파트 앞 약수터에 모여 다 같이 인라인 스케이트 타기도 하고 그랬었어. 맞다! 경비실 등 주변에 모인 사마귀, 귀뚜라미 같은 곤충들도 채집도 했어. 음.. 그러고 보면 단지형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까진 거의 시골 같은 곳에서 산 셈이랄까. 뭔가.. 시간의 흐름이 다른 느낌이야. 한 번은 서울에 있다가 집에 내려갔을 때 '아, 이곳은 여전하구나' 기분이 들더라."


.. 집들은 점점 다닥다닥 붙어 가는데
.. 사람들은 점점 띄엄띄엄 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바라는 건 크고 많은 것이 아니라, 작고 적은 것이다. 스치듯이 지나가버리는 수많은 인연들이 아니라, 붙잡아서 부대끼고 비비적댈 수 있는 깊은 인연,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쌓아지는 그런 만남들 말이다.

사실은 고향이란,
단순히 '태어난 곳, 태어난 병원이 있는 곳'이 아니라,
사실은 '정을 붙인 공간, 정을 나눈 사람들이 있는 곳'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변하지 않는 것. 혹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글 | 애진

사진 |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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