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애진 Aug 24. 2021

나의 지지대, 홈파밍

책 <홈파밍을 시작합니다>

며칠 전 아침에 툭. 툭. 소리가 나더니 무화과 열매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열매 나무를 집에서 키우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인 걸까. 네이버 카페에 질문도 올려봤지만 돌아오는 답들은 모두 자신들도 실패했다는 경험담들 뿐이었다. 홈파밍이라는 단어에 정성을 들였던 만큼 속이 상했다.


사실 홈파밍은 꽤나 귀찮은 일이다. 각각의 작물들이 좋아하는 습도와 햇빛이 제각각이라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다년생이 아닌 이상, 파종시기도 재배와 수확 주기도 짧은 편이라 화분 정리도 자주 해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아무리 많이 키운다고 한들 고작 방구석 홈파밍으로는 자급은커녕 한 번의 요리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홈파밍을 굳이 고집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단 홈가드닝이 플랜테리어처럼 공간을 꾸미기 위해 관상용 식물을 키우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홈파밍은 그보다는 직접 길러서 음식을 해 먹는 ‘식용’을 목적으로 한다. 전자는 주거문화에 가깝다면 후자는 식문화에 가깝다. 식물을 돌보는 행위에 먹는 행위를 더함으로써 식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가 평온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비록 거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나의 작은 행위들이 쌓여 스스로를 지지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 존재하다가 혼자가 되면 나를 붙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흔들릴 일 없도록.


그래서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것처럼 나는 주말마다 파종을 하며 일주일을 살아간다. 어쩌면 조금 애달파 보일 정도로 강박적이고 열심히지만, 현재의 내가 찾은 또 다른 지지대다.




#홈파밍을시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속 평범한 기준, 비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