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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Aug 29. 2021

돌로 변한 플라스틱, 뉴락(New Rock)

처절하게 아름다운 쓰레기에 대하여

환경 문제를 두렵고 심각한 어조로만 말하는 것만이 답일까. 안타깝게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너무 끔찍하거나 잔인한 장면을 보면 눈을 질끈 감아버리거나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런 방식은 충격의 효과는 있을지언정 생각의 여유는 빼앗아 버린다. 지난 1월 찾았던 보틀라운지 한 켠에는 혐오스럽지 않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심도 있게 고민한 작가의 전시가 있었다.


수석 안에서 자연의 삼라만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돌로 변한 아름다운 플라스틱들 안에서 인간과 자연의 힘이 만들어낸 세월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에 ‘뉴락’이라 이름을 붙였다.


테이블 위에는 우리가 흔히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들이 일렬로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처음으로 찬찬한 시선으로 눈앞의 조각들을 하나하나씩 들여다보았다.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들은 자연의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제각기 다른 모형으로 변해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던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 아래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으로 무엇을 자연스럽다 인위적이다라고 구분지어야 할지 의문마저 들었다. 어느새 우리와 공존하는 물질이 되어버린 플라스틱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전시가 조금 더 디벨롭된 형태로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작가님을 만날 수 없었지만 다시 만난 전시는 더 단단한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인류세에 접어든 지금 지질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맥락이 더해졌다.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물질인 플라스틱이 지층의 일부가 되고 생태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 이번에도 역시 담담한(그래서 더 처절한) 작가의 어조는 인쇄한 시트지 대신 흰색 벽에 연필로 한 글자 한 글자 단단하게 눌러쓴 글과 그림들에 뭍어나 있었다.

여전히 씁쓸하고 경외로운 뉴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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