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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우닝 Apr 29. 2024

들어가는 말

아이는 대학에 가고 나 이제 출근합니다.

경단녀. 경력단절여성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평생직장, 평생 직업이란 개념이 없어진 요즘 시대에 경력단절이 뭐 대수겠냐마는 경력단절여성이란 말은 , 아시다시피, 보통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경력보유여성이라고도 한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광고대행사에 입사, 광고기획자(AE)로 일하면서 커리어우먼을 꿈꿨지만 4년 차 시절에 IMF직격탄을 맞고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 IMF외환위기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기 반년 전에 사내에 약혼을 알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던 당시 20대 여성의 나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정리해고 대상자였다. 그렇게 하릴없이 회사로부터  전화 한 통으로 정리해고당하고 결혼한 이후로 출산, 방송국의 외화번역작가,  광고대행사 재취업, 시간제 사무직 근로자 등등 다양한 일을 거쳤다. 일과 육아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중  아이가 중3이 된 시점부터 순도 100%  전업주부의 길을 걸으며 경력을 보유했지만 이제는 단절된, 경력단절여성의 길에 들어섰다. 


중3이던 아이가 고3이 되어 본격적인 대입 입시뒷바라지를 시작했을 때  내 마음속의 꿈은 단 하나였다. 한 번에 아이의 대입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다시 일을 하자!!! 다시 출근을 하자.. 였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은 후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 한 잔을 사서  손에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그때는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  어제저녁 남은 반찬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는 생활에 이제 그만.  나도 이제 출근해서 밖에서 점심을 사 먹을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셔도 내 카드로 당당히 긁고 싶다!! 깔끔한 캐주얼 정장을 차려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집밖으로 나설 것이다!  이유가 그 무엇이 되었든 출근을 위해 집에서 탈출해서 밖으로 나가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다. 감사하게도 첫 해에 아이의 대입은 끝났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겠다는 나의 소박한 꿈은 생각처럼 단박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여기 이곳에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일을 하게 된 과정과 그리고 일을 시작한 후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남들에게 보란 듯이 자랑할 수 있는 번듯한 직업도 아니요, 대단한 인생역전 드라마가 펼쳐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과정들이 한편으로는 가슴 벅차고 또 한 편으로는  고군분투했던 특별한 시간들이었다. 그 길을 먼저 갔던 사람으로서 또 다른 경력단절여성이 빨리 경력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경력을 보유한 많은 여성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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