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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Jan 30. 2019

1. 저는 애매한 인간입니다.

애매한씨의 퇴사 후 카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저는 애매한 인간입니다>




애매한 인간

공공기관 정규직 4년 경력

가진돈 퇴직금 포함 3천만 원

그 외 다른 능력, 가진 것 없음


세상에 나고 자라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단연코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일 것이다. 나의 장래희망은 툭하면 바뀌곤 했는데, 주로 어른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선생님, 간호사, 판사, 변호사 등등.

그러다 어느 순간 장래희망을 말하기 부끄러워졌다. 뭔가를 하기도 전에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데, 나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뭐라도 될 줄 알고, 힘들게 모은 돈을 온갖 학원에 때려 부었다.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공부방- 몸으로 하는 건 영 꽝이었는데 그림은 내게 잘 맞았다. 나는 그림대회에서 두어 번 상을 받았다. 그러나 최고상인 대상은 한 번도 없었다. 시인이 되고 싶은 엄마의 영향 때문일까, 교내 독서감상문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교외에서는 한 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요리를 잘하는가 싶지만, 4인분 이상은 만들지 못한다. 왜 나는 특출하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걸까? 왜 뭐든 애매하게 하는 걸까?


그 후로 누군가 내게 "꿈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평범한 사람이요"라고 대답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고, 정해진 순서처럼 ‘평범하게’ 살다 보니 장래희망을 묻는 사람도 없어졌다. 별 탈 없이 회사에서 정년까지 다니는 게 이 ‘평범한’ 인생의 종착역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느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오래 버티지 못했다.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않고 무작정 사직서를 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모두 꺼내야 할 때다. 적금과 퇴직금 3천만 원, 공공기관 정규직 경력 4년, 그림을 조금 그릴 줄 알고 커피를 잘 마신다. 그 외 특별한 능력은 없다. 나는 카페를 차렸다. 불합리하고 꼰대 같은 회사생활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카페를 차리는 것이 직장을 다니면서 모은 돈, 그 작고 귀여운 돈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저지르고 나서야 경기는 좋은 날이 없다던 사람들의 말이 온몸으로 체감되었다. 일을 다 저지르고 나서야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고민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뭘 잘하는 거지?


우선은 내가 벌인 일부터 해결하기로 마음먹는다. 퇴사 후 카페, 지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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