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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Apr 04. 2019

애매한 인간의 셀프 인터뷰

안녕하세요, 애매한 인간입니다.

요새 브런치에 글 업로드가 조금 뜸했죠? 때마침 그림을 그리던 블루투스 펜슬도 고장이 나서 뭐든 다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사소한거 하나가 어긋나자 모든게 하기 싫어지는 그런 느낌 아시나요? 생각해보면 중요하지 않은 거였어요. 블루투스 펜슬이 없다고 그림을 못 그리는 건 아니었어요. 색연필, 크레파스, 하다못해 모나미 펜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걸요. 생각해보면 사소한 거였어요. 펜슬 하나 작동이 안 된다고 제 일상은 멈춰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고작 펜슬 하나로 이렇게 힘이 없을까요? 왜 이렇게 의욕이 없을까요? 아, 이유를 알겠어요. 이따금씩 저를 찾아오는 한 사람이 있어요. 태기씨라고. 태기씨가 올해도 잊지 않고 저를 찾아와 주셨어요. 태기씨랑 있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져요. 나를 기쁘게 해 주었던 따스한 햇빛, 반가운 손님들, 맛있는 카페라떼 한 잔도 다 '별로'가 돼버려요. 태기씨는 그렇게 저를 사로잡는 마성의 사람이랍니다. 태기씨는 제 곁에 조금 머물다가, 아니 어쩌면 조금 더 길게 머물다가 금방 또 가신답니다. 그리고 태기씨는 내년에 또 찾아오시겠죠. 올해는 태기씨가 일찍 가시길 바라며, 애매한씨의 셀프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질문1 : 애매한씨는 왜 카페를 공개하지 않으시나요?

브런치에 첫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일기'를 쓰자고 마음먹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이라기보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쓸 수 있는 '일기'였죠. 그러다 보니 솔직하게 적은 글이 너무 많았어요. 카페를 공개하면 제 정체가 자연스럽게 탄로 날 텐데, 제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상당히 찔렸답니다. 셀프 자책감을 느낀 후, 지금은 굉장히 다듬어서, 정제해서 쓰고 있답니다.

2019년 3월 1일에 업로드한 글에 들어간 삽화


질문2 : 애매한씨의 카페를 나중에 공개하실 건가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언젠가는 꼭 공개를 하고 싶은데 섣불리 용기가 안 나네요. 카페는 어떻게 보면 저만의 취향이 듬뿍 묻어있는 곳이라 '저'라는 애매한 인간의 깊은 곳 속내를 다 드러내는 느낌이랄까요? 아직 브런치에 다 공개하지 못한 카페의 특성들이 있거든요. 그래도 언젠가는 브런치 구독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언젠가는요. 자그마한 힌트를 드리자면 경남에 있답니다. 



질문3 :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개인적인 연락처는 브런치에 남기지 않았는데요. 카페 창업 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애매한 인간(aemaehan-human@naver.com)

인스타그램 계정(@aemaehan_human)도 오픈했는데 자주 업로드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카페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도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다 보니 게을러지네요.


질문4 : 퇴사에 대한 후회, 카페 창업에 대한 후회는 없으신가요?

후회 너무나 하죠. 월급이 그리워서 미칠 것 같았어요. 게다가 사람도 그립더라고요. 제 카페는 1인 카페이다 보니 혼자서 일하거든요. 앞뒤옆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일했던 환경이 이따금씩 생각나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는 이 모든 과정은 그저 삶의 일부분이에요.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고, 포기를 하고 새로운 길을 걷거나, 계속 나아가거나 이 모든 과정이 평범한 일상일 뿐이에요. 후회하는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애매한 인간 46화 中)


질문5 : 마지막으로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제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제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제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이에요. 저는 이름 그대로 애매한 인간이에요. 삶의 모든 순간을 모호하고, 애매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회도 많이 하고, 잘 살고 있는가 고민도 많이 해요. 어떻게 보면 되게 부정적인 사람이죠. 이런 제게 제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힘이에요. 퇴사를 했기 때문에 카페를 차렸고, 카페가 너무 여유롭다 보니 글을 썼고, 글을 쓰다 보니 여러분을 만났네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운이자 행복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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