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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25. 2020

59. 두 달간 카페 휴점, 무엇을 해볼까? 上

<두 달간 카페 휴점, 무엇을 해볼까?>


두 달 가까이 휴점에 돌입하고 나니, 다시 백수의 삶으로 되돌아 간 것만 같다.

무엇이든 해야지 속에 응어리 져있는 불안감이 풀릴 것만 같다. 불이 꺼져 있는 카페에 잠시 들러본다. 

커피머신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잘 닦아주고, 카페 손잡이를 알코올로 소독한다. 

조명도, 음악소리도 꺼진 빈 공간을 쭉 둘러본다. 


'딸랑'


카페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향했다.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서 시청 위생과에서 매일 문자를 보내온다. 

저희 카페는 9평남짓인데 ㅠㅠㅠㅠㅠ흑


체크카드에 있는 현금을 탈탈 털어 '손소독제'와 '알코올 스왑'을 사러 간다. 약국 근처에 가니 긴 줄이 보인다.

마스크를 사러 온 사람들이 보인다. 언제 다시 카페를 오픈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외출할 때를 대비해 나도 마스크를 사야 할 것 같아 줄을 서본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눈을 내려보니 슬리퍼를 신어 꽁꽁 얼어붙은 발이 보인다. 햇볕은 따스한데 바람은 차다. '마스크 2개를 구입하려고, 마스크 1개를 소비하는 꼴이구나.'

결국 나는 긴 줄에서 이탈해, 노트북을 들고 주변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를 창업하고 나서야 느꼈는데, '남타커(남이 타 준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더라.

나는 아이스 토피넛 라떼를 시켰다. 역시 얼어 죽어도 아이스가 짱이다.

카페는 난방기가 켜져 있어 따뜻한 바람이 송송 불어왔다. 그러나 무척이나 추웠다. 

넓은 공간에 비어있는 테이블과 좌석들. 나는 괜히 미안하고, 슬퍼져 카페의 제일 구석진 곳에 자리한다.



노트북을 켜서 '한글 2007'을 열었다. 회사 다닐 때 생각하는 걸 문서로 정리하는 습관이 남아있어 아직도 '한글 2007'을 애용하고 있다. 첫 줄은 '배달 서비스'로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외출이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음료배달을 시작하려 한다. 손 놓고 가만히 있기보다, 뭐라도 해야지 월세를 낼 수 있을 테니까.

배달하면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와 같은 플랫폼이다. 그런데 문득 두려워졌다.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가입비, 이용비, 결제 수수료, 배달대행료를 감안하면 또 다른 '월세'의 개념이 생기는 것이다. 투자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도전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또 다른 '월세'를 낼 수 있을까? 예전의 나라면 '못 먹어도 고!'를 외쳤을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지 수익이 발생하지!'라고 말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어쩐지 손이 파들파들 떨린다. 수수료도, 배달 대행료도 나는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나는 카페를 창업함과 동시에 만들었던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홍보하기로 했다.


아직은 밖이 쌀쌀하네요.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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