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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Mar 30. 2020

61.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카페 문을 열었습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카페 문을 열었습니다.>


곧 코로나 19가 종식될 것만 같았다.

2주만 휴점해보자한 것이 한 달이 되었고, 한 달만 견뎌보자 했던 것이 두 달이 되었다.

더 이상 휴점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어 카페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휴점이 여기서 더 길어지면 있던 손님도 다 나가떨어질 테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지키고자 했던 이 공간의 의미가 사라질 테다.

'딸랑'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코 끝을 감미롭게 하는 커피 향이 나고, 

카페에서는 주인의 취향에 맞는 잔잔하고도 평화로운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마주 앉아 있는 손님들은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저마다 여유를 즐기고 있는 그런 공간.

정말 다행인 건 '봄'이 왔다는 거다. 따뜻한 봄.

카페 유지에 가장 많이 드는 돈은 월세 다음이 전기세다. 

낸난방비를 걱정하지 않고 카페의 '문'을 열어놓을 수 있다.


다시 카페에 손님을 맞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겠다. 나는 청소도구를 바리바리 싸들고 카페에 갔다.

비바람을 맞고 때국물이 껴있는 유리창을 바라본다. 엄마에게 부탁해서 열심히 모아놓은 신문지를 꺼냈다.

요새 왜 이렇게 신문지 보기가 힘든지. 아파트 단지마다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 가도 신문지의 누런 종이는 볼 수가 없다. 신문지를 꾸깃꾸깃 돌돌 말아 세정제를 묻혔다. 양손을 걷어붙이고 유리창을 벅벅 닦아본다.

닦을 때마다 번쩍번쩍 빛나는 유리창을 보니 뿌듯하다. 카페 안팎에 있는 식물들 상태를 점검해본다.

겨울 냉 바람을 맞고 죽은 식물들은 이만 작별을 고한다. 아직 비리비리 숨을 붙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영양제를 줘본다. 개업선물로 받은 스투키는 명이 질긴듯하다. 푸릇푸릇 싱싱한 스투키들을 햇빛에 내다 놓는다. 식기들과 소품들의 먼지를 닦고, 바닥은 알코올을 범벅될 때까지 뿌린다. 약국에서 사 온 손세정제를 테이블과 카운터에 놔둔다. 갓 볶은 원두에 가스가 잘 빠져나갈 수 있게 잠깐 바람을 쐬어준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 다시.


카페 소식을 알리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 카페 오픈 소식을 알렸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왔습니다. 카페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 문을 다시 열어볼까 합니다.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시고, 손은 카페에 비치된 소독제로 닦아주세요. 

카페에 들어오기 두려우신 분들은 주차장에 계시면 드라이브-스루처럼 음료를 가져다 드릴게요."

.

.

.

내일은 드디어 카페를 여는 날이다. 설레서 잠이 안 온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을 지나 봄, 그 봄을 맞는 새 출발이 참으로 설렌다.

심장이 어찌나 콩딱콩딱뛰는지 약간의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띠링!!!!!!!!!!!!!!'


'띠링!!!!!!!!!!!!!!!!!!!!!!!'


아, 깜짝이야. 휴대폰에서 알람이 온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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