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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Apr 04. 2020

63. 이 시국에 카페 문을 여냐고?

<이 시국에 카페 문을 여냐고?>


오늘도 나는 카페로 출근한다. 비록 휴점 상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가게를 쓸고 닦으며 광을 내본다.

잠시 후 관리사무소 소장님이 지나가다가 불이 켜진 카페를 보고 들어오신다.

"아, 계셨네요. 여기 고지서"

소장님이 내미신 고지서 봉투 앞에는 '독촉장'이라고 써져있다. 

휴점 상태에 돌입하고 나서 체크카드에 잔액이 없자 관리비가 못 빠져나간 것이다.

나는 고지서를 받으면서, 소장님께 조금은 애절한 눈빛을 보내보았다.

'저 지금 휴점 때문에 조금 힘든데, 관리비 좀 어떻게 안될까요?'

소장님은 날이 따뜻해졌다며 날씨 이야기만 툭 던지고 이만 홀연히 카페를 떠나신다.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대로변에 있는 카페에는 손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문을 닫은 카페에 비해 꾸준히 문을 열어 놓은 카페에는 이제 손님이 다시 줄을 서기 시작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시작했던 휴점,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휴점이 이렇게도 길어질 줄이야. 때마침 지나가는 길에 스타벅스 매장이 보인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하고 있을까? 


"주문하시겠어요? 저희 스타벅스는 '사회적 거리두기'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카운터에서 조금 떨어진 노란색 줄 뒤에서 주문해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카운터에서 3~5 발자국 뒤에 노란 줄이 보인다. 생각보다 카운터와 노란 줄은 거리감이 있어서 주문하는 사람도, 주문받는 사람도 무언가 안심이 되는 간격이다. 음악소리도 크지 않아서 직원의 목소리도 잘 들렸다. 하필 안경을 안 쓰고 가서 메뉴판은 잘 안보였지만, 어째 어째 주문을 잘 끝냈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잔을 받아 들고 '다이소'에 들러 노란색 테이프를 하나 샀다. 다시 카페로 부리나케 되돌아와, 카운터에서 3~5 발자국 거리를 재본다. 아, 벽이다. 손님이 서있을 공간이 없다. 카운터에서 옆으로 3~5 발자국 거리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대각선으로 3~5 발자국은 소품이 있다. 이 좁아터진 공간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무려 2000원이나 주고 사온 형광 노란색 테이프는 쓸모가 없어졌다. 짜증.  아, 나도 모르겠다. 다른 카페들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데, 나도 영업을 해야겠다. 더 이상은 월세도, 전기세도, 관리비도, 인터넷비도, 국민연금도 낼 돈이 없다.

지자체에서 지급해주는 긴급 생활안정자금은 신청해두었지만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다른 저 카페들처럼 손님을 받고, 음료를 팔고, 어째 어째 월세를 내봐야겠다. 생활비를 벌어야겠다.

당장 이번 주부터 카페 문을 열어야겠다며 SNS에 카페 영업 소식을 알려본다.


'대박, 지금 이 시국에 카페 문을 여신 다고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지금이 코로나 감염 피크인데 2주간 더 휴점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동네 카페는 '동네'장사다. 동네 사람들의 마음과 정으로 영업되는 카페.

무슨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주는지 안다. 걱정과 염려가 섞인 말임을 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게는 듣기 싫은 말들이다. 내게는 책임감 없는 걱정으로 들리는 말들이다.

동네장사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더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며, 더한 감정노동의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것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면, 지금은 버겁고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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