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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Apr 28. 2020

74. 흑당도 달고나도 없는 카페

<흑당도 달고나도 없는 카페>


'카페'가 우리 삶에 이렇게 밀접한 장소가 되고, '커피'가 없어서는 안 될 음료가 된 건 그리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모래가 있는 놀이터에서 자그마한 조개들을 줍고 놀곤 했다.

요즈음 초등학생들은 와이파이가 빵빵한 카페에 게임을 하러 간다니, 시대가 참 많이 변했구나 느낀다.


내가 처음으로 카페를 간 건 대학생 때였다. 처음에는 카페베네(CAFE BENE), 할리스(HOLLYS)와 같은 커피숍들을 보면 저 간판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퍽 난감해했다. 언제 한 번은 '학교 앞 홀리스에서 보자'라고 한 적도 있다. 여하튼 그 당시만 해도 커피는 조금 낯선 음료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이런 썰도 있지 않은가. 어리둥절 카페에 가서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커피 한 잔을 시켰는데, 20ml 샷잔에 에스프레소가 나왔단다. 그리고 그 커피는 더럽게 써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원샷을 했더란다. 다행히 나 때는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달달한 카라멜 소스를 추가한 카라멜 마끼아또가 유행이었고, 나는 주구장창 카라멜 마끼아또만 먹어댔다. 



예전과 달리 사람들은 점차 커피에 익숙해졌고, 카페는 하루에 한 번쯤은 꼭 찾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커피뿐만 아니라 스무디, 에이드, 차 등의 메뉴들도 생겨났다. 카페는 이제 더 이상 '커피'만 팔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 때문일까? 카페는 생각보다 유행에 아주 민감한 사업이 되었다. 카라멜 마끼아또에 이어 초콜릿 소스가 가미된 카페모카가 유행했고, 그다음은 밀크티와 버블티 그리고 흑당 라테에 이어 흑임자 라떼, 그리고 현재는 달고나 라떼까지 왔다. 그리고 이 유행의 바람은 우리 카페에도 날아왔다.


"여기는 달고나 라떼 안 팔아요?"

"사장님, 400번 저어 만든다는 달고나 라떼 만들어주세요."

"달고나라떼 유행이라던데, 여기는 메뉴 없어요?"


아, 유행은 이렇게나 민감하다. 부랴부랴 손님들에게 다른 메뉴를 추천드리고, 내 엄지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인다. '달고나라떼 만드는 법', '달고나 재료', '달고나라떼 가격', '달고나라떼 단가'  

온갖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심지어 유튜브도 온통 '달고나' 천지다

이렇게 세상은 모두, 이미, 벌써 '달고나'를 외치고 있을 때, 나는 이제야 '달고나'를 검색한다.

이전에 유행했던 헤이즐럿 아메리카노, 토피넛라떼를 판매한다고 사다둔 재료가 뒤에 한가득이다.

유행은 생각보다 재빠르게 사그라들었고 그때 다 판매하지 못한 재료들은 고스란히 짐이 되었다.

이번 달고나 라떼는 얼마나 유행할까? 재료를 사면 몇 잔이나 팔릴까? 


휴대폰을 바라본다. '달고나' 검색기록 때문에 모바일 화면 좌우로 '달고나 재료' 구입 광고가 줄줄이 뜬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는 '달고나' sponsored 광고가 연이어 나타난다. 여기도 '달고나', 저기도 '달고나'.

이게 맞는 걸까? '유행'이라는 흐름에 따라서 나의 취향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유행의 물결에 어떠한 고정적인 맛이나 특색 없이 '나의 맛'과 '특색'은 어디론가 떠밀려 가버린 것만 같다.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입에 감기는 맛은 어떤 거였지? 나의 취향은 어떤 향과 맛, 모양을 가지고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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