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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Feb 07. 2019

11. 애매한 평수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애매한 평수>


주변에 카페를 오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인들이 하나, 둘 방문하기 시작한다. 정식 오픈 전 내가 연구한 메뉴들을 만들어 시식회를 열었다. 다들 공간도 너무 예쁘게 꾸며놓은 데다가 음료도 특색 있고 맛있다고 칭찬한다. 마음고생하더니 공들인 보람이 있다고 어깨를 다독여준다. 그리고 말을 덧붙인다.


"그런데 평수가 애매하네..."


"그러게, 좀 더 노력해서 더 큰 데로 가야지? 성공한 싸장님이 돼야지!"


"맞아, 맞아! 2호점을 내도 되겠네."


지금 카페는 평수도 10평 남짓이라 테이블도 6개 정도밖에 안 들어간다. 좌석도 12개 남짓. 주변인들의 한 마디가 나를 북돋는다. '성공한 사장님'이라는 말이 기분 좋다. 그래, 돈 열심히 벌어서 더 넓은 평수의 카페를 차려야지. 잘돼서 2호점, 3호 점도 내서 전국적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보자. 남부럽지 않은 으리으리한 카페 사장님이 되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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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운영한 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애매한 평수의 카페에서는 일정 이상의 수익이 나기 어려웠다. 고민이 더 깊어진다. 지금이라도 더 넓은 평수로 옮기고 테이블을 늘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커피머신도 불만이었다. 제일 저렴한 것으로 맞추다 보니 동시간대에 최대 2잔밖에 못 만든다. 투자를 조금만 더 하면 한 번에 4잔씩 만드는 머신도 살 수 있겠다. 아! 생각해보니 디저트를 찾는 손님도 많아지지고 있다. 디저트를 늘려야겠다. 디저트를 전시해놓을 쇼케이스 냉장고도 하나 사야지.


친구에게 내 원대한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금 더 투자를 한다면, 더 넓은 평수로 옮긴다면 더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 남부럽지 않게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직장 다닐 때보다 두세 배의 급여는 벌 수 있을 거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친구는 코웃음을 쳤다. 


"돈은?"


현실의 벽에 턱! 하고 부딪혔다. 벽에 부딪혀 혼미해진 정신을 차리고 나니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턱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욕심이 담겨있는 혹부리들. 나의 쓸데없는 욕심에 배만 따이는 돼지저금통. 난 지금의 애매한 평수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직장 다닐 때보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카페로의 출근길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집으로 가는 퇴근길은 언제나처럼 가볍다. 


10평이 안 되는 이 카페를 가지고 살면 안 되는 걸까? 좀 더 큰 카페, 큰 건물이어야만 성공하는 삶일까?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말은 나를 옭아매고 있는 거미줄과 같았다.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말보다 큰 목표는 없다. 남이 누가 될지 모르잖아, 페이스북 창업자인 주커버그? 애플의 스티브 잡스?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말보다 절망적인 말은 없다. 소소하고도 애매한 나의 삶, 그 삶이 너무 반짝거려서 눈이 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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