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루도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다. 그만큼 코로나는 우리 삶의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듣기 싫어도, 그만 듣고 싶어도, 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끔 나와 아주 가깝게 밀착되어있다. 애매한 카페&동네 사랑방 손님들도 코로나 이야기라면 그만하고 싶어 하다가도, 결국은 코로나밖에 이야기할 게 없다. 그만큼 우리 삶이 단조로워졌으니까. 나도 일기처럼 써 내려가는 이 브런치에서 코로나 얘기 좀 그만하고 싶은데, 그것밖에 할 게 없다. 그만큼 코로나 둘러싼 환경이 내 일상이 됐으니까.
간혹 가다 손님들이 물어온다. "그래서 정부지원금이 실제로 좀 도움이 되나요?"
질문에는 뉘앙스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조금 공격적이지만 솔직하게 질문을 살짝 변형해보면 바로 이거다.
"소상공인 힘든 거 아는데, 정부지원금이 정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고 지원금이 나가고 있는데, 진짜 받아야 하는 사람이 맞는 거냐? 잘 쓰고 있는 거냐?"
조금 거칠었는지 모르겠다. 혹은 너무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손님들과 정부지원금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의 반응은 우려, 두려움, 공포감을 보인다. 나 또한 그렇다. 나도 소상공인 이전에 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인데, 엄청난 재정정책의 후폭풍이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나중에 재정적자를 어떻게 메꿔야 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금,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게 펼쳐질지, 나 또한 진심으로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부지원금이 진심으로, 정말로 감사하다. 나는 어쩌면 다른 소상공인보다 형편이 나은측에 속할지도 모른다. 1인 자영업자라 고용한 알바생도 없다. 굽이굽이 아주 한적한 '읍'소재지에 있는 카페라 월세가 저렴하다. 손님이 없는 날은 거침없이 가게문을 닫아 난방비나 전기세를 절약한다. 그렇지만 내 상태도 영 엉망이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전기세, 관리비, 인터넷비, 수도세, 국민연금 등등의 비용은 월세와 맞먹는다. 매달 이런 고정지출이 나갈 때가 되면 농협은행, 국민은행, 카카오뱅크에 있는 잔액들을 모조리 긁어모은다. 단돈 10원이라도 싹싹 긁어 한 통장에 넣어놓는다. 시기를 놓친 공과금은 연체료가 붙어 '일주일 뒤에 다시 봅시다'라고 인사를 한다. 이런 시기에 정부지원금은 그야말로 숨통이다.
정부지원금 소식을 꼬박 기다리며 인터넷 뉴스를 뒤질 때, 간혹 가다가 보이는 댓글이 있다.
"폐업해야 할 자영업자까지 다 지원해줄 필요 없다", "대한민국 자영업자 수가 너무 많다. 이참에 줄여라"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다. 자영업자들은 '노는 게'아니다.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 창업하는 거다. 퇴사 후, 은퇴 후, 미취업자가 할만한 '일'을 찾아 하는 게 창업이다. 만약 자영업자 수가 문제라고 지적한다면, 그건 창업하는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고 '일'할 거리가 자영업밖에 없는 사회안전망이 없는 게 문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부지원금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님을 안다. 누군가가 힘들게 번 월급이 숭덩하고 썰리듯 나오는 세금일 테다.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예산이 이렇게 투입되어 역으로 희생당하고, 소외당할 이웃이 있음을 안다. 그렇기에 지금 정부지원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스럽고 또 감사하다. 부채감도 느낀다. 어려운 시기에 도움받은 만큼, 나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뼈저리게 느낀다.
오늘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 건 통장에 들어온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때문일 테지. 이 돈으로 옆집 사거리 슈퍼에 들러 우유도 사고, 건너편 한식당 동네 이모집에서 점심도 사 먹고, 시장에 가서 삶은 옥수수도 한봉다리 사야지. 아, 오랜만에 원두 사장님께 들러 원두도 사야지. 그래야지. 그리고 말해야지. 늘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올해도 잘 이겨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