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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Jun 08. 2021

[특별판] 이제 단순한 '카페'가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애매한 카페를 창업한 지 벌써 2년 하고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어떻게 보면 고작 2년 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상가 재계약을 했으니 2년이나 잘 버텼다는 생각도 들어요. 카페를 시작하고 손님을 통해서 '브런치' 플랫폼을 알게 되었을 때, 그저 카페에서의 일상을 일기처럼 기록하고 싶었어요. 내가 왜 퇴사를 하게 됐고, 왜 하필 카페를 차렸고, 어떤 하루를 나는 살고 있고,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그리고 나는 어떠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차근차근 기록해나갔습니다.


그리고 현재 2021년 6월 8일, 브런치에 올린 지난 일기들을 들춰봤습니다. '와 저런 생각을 했었어?'라고 이불킥할만한 일기도 있었고요. 직딩vs카페사장의 삶을 비교하며 후회하다가도 행복해하고, 또 후회하는 무한 반복하는 뫼비우스 띠에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아, 또! 카페에서 손님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다시 읽으며 '아 맞아, 이런 일도 있었어'라고 추억을 되새김질해보기도 했고요. 엄빠와의 사연들도 다시 읽을 때는 마음이 참 안 좋았습니다. 애매한 카페는 위치도, 장소도, 매출도 애매하기 그지없어서 부모님께 그 노동에 대한 어떠한 대가도 지불해드리지 못했어요. 부모님은 한사코 필요 없다고, 가족 사이에 무슨 '마음의 짐'이냐고 하겠지만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부모님께 계속 받기만 할 것 같아 조금 슬퍼졌네요.


애매한 카페가 문을 열었던 시기는 2018년 12월쯔음이에요. 제가 애매해서 그런지, 카페의 컨셉도 애매했어요. 퇴사하고 낭만 좀 즐겨보려고 책을 마구 갖다 놓기도 했고요, 꽃을 좋아해서 꽃을 막 갖다 두기도 했어요.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북카페인지, 플라워 카페인지, (게다가 메뉴에 어르신들이 좋아할 차들이 많아서) 전통찻집인지 참 애매모호했죠. 그런 애매함에 더해 카페에서 책을 가져다 두고 파는 서점까지 겸업했습니다. 하하. 말 그대로 애매한 카페죠?


사장도 애매하고, 카페도 애매해서 그런지 '애매함'+'애매함'='뭣도 뭣도 아님'의 결과가 도출되더라고요. 덕분에 손님도 너어어어어무 없었고요. 어느 정도냐고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채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카페에 혼자 앉아있었던 때가 꽤 자주 있었습니다.(요즘은 일주일 까진 아니고, 3일 정도... 하하하하) 그러다 보니 손님 한 분, 한 분과의 만남이 제게는 잊지 못할 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손님이 언제, 어떤 음료를 시키셨는지 다 외우게 됐어요. 손님은 그 점이 좋아 또 방문하게 되고, 이렇게 단골손님들이 생기게 됩니다. 단골손님들과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대화도 깊어졌고, 점차 취미도 공유하게 됩니다. 


그렇게 애매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장소에서, 책과 문화가 함께하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카페보다, 북카페나 서점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손님들과 독서모임을 하기 시작하고, 취미를 나누기 시작하며, 손님들을 더 이상 손님이라 부르지 않고 '친구'라고 불러요. 2년 6개월의 시간을 되새김질하다 보니 이런 결론이 나오더군요. '애매함'+'애매함'='뭣도 뭣도 아닌 게 아니라 뭐긴 뭐였구나' 


뭐든 애매했던 나. 글쓰기도, 그림도, 요리도, 카페 운영도, 가진 것도, 능력도 그 모든 것이 애매한 투성이인 나이지만, 이런 애매한 나의 감을 믿어보라고 말해주는 엄마 그리고 아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카페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변했어요. 저도. 그리고 카페도. 이제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애매하기만 하지만. 뭐 애매한 것도 괜찮잖아?

마치, 카페에 때수건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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