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왕왕 만난다. 카페와 책이 함께하는 공간은 얼마나 여유롭게 들리며, 낭만적으로 다가오는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을 해준다. 그대들이 듣고 싶어 했던 답을 해주면서도, 늘 우리가 선택하는 길에는 후회와 고민이 있기 마련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서점업부터 말해볼까. 작은 동네서점은 책을 가져올 때 정가의 70~80%가량을 원가로 지불한다. 그러니까, 1만 원짜리 책을 가져와서 2,000원 ~ 3,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작은 동네서점에서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팔 수 있을까? 책 100권을 팔면 20~30만 원의 이익을 버는데, 과연 한 달에 100권을 팔 수 있을까? 나오는 수익금으로 월세, 전기세, 소득세 등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내게 돌아오는 '인건비'는 과연 있을까.
다음은 카페를 말해볼까. 초대형 카페,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카페, 인테리어가 정말로 특출 난 카페, 브랜드가 뚜렷한 카페라면 걱정할 게 없을 테다. 작은 동네 한편에서 카페를 시작할 예정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손님들이 그 카페를 다시 갈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 방법으로 '독서모임'을 선택했다. 손님들과 독서모임을 하며 쌓은 교류와 친분이 이 카페에 다시 방문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아메리카노 한잔 3,500원에 10명의 손님이 독서모임을 하러 온다면 그날 매출은 35,000원이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독서모임의 수를 늘렸고, 현재는 150~200여 명의 손님이 매달 방문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매출 걱정이 없는 성공한 카페일까? 단순 무식한 방법의 계산기를 두들겨보자. 3,500원 x 150명=525,000원이고, 3,500원 x 200명=700,000원이다. 아, 여기서 재료비를 빼야지. 원두값 등등.
이쯤 되면 나의 한 달 매출이 어렴풋이 계산되었을까. 당당하게 밝혔지만, 민망스럽긴 하다. 하루 평균 9시간 근무하며 번 돈이 저 정도라니 말이다. 내가 카페·서점업에 앉아서 낭만을 찾는 동안 놓쳤을 기회비용도 따지면 손해가 더욱 막심하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묻는다. '그 업에 4년 이상 종사하고 있는 걸 보니, 무언가 이익이 돼서 남아있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그렇다. 남는 게 있다. '보람'이나 '행복'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경제적으로 분명 남는 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시간 외 수당, 즉 '영업외 수당' 덕분이다. 카페·서점업에 종사하는 시간 외에 나는 이런저런 일을 많이 벌였다. 온라인 필사 모임, 온라인 홈트 모임, 글쓰기 모임, 영어 원서 읽기 모임, 뉴스 읽기 모임 등등등. 모임을 진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모임을 구성해야 하고, 진행해야 하고, 유지해야 한다. 책도 먼저 읽어야 하고, 질문도 던질 줄 알아야 된다. 그래서 나는 참가비를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매출 부족분을 메워간다.
하루 평균 9시간 일하고 매출이 0원이었을 때 느꼈던 자괴감, 이상과 현실로부터의 괴리감, 그 모든 자기 고뇌가 없었다면, 변화하고자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와 같은 업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그런 고뇌를 감당할 수 있는가. 끊임없는 후회, 열등감에 빠져드는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삶이 한없이 막막할 때 떨어져 내려가는 자신을 붙들 용기는 있는가. 당장 가지고 있는 자본금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닥칠 시련에 나는 잘 단련될 준비가 되어있는가가 지금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할 최우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