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은지 60일이 지났다.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글을 쓰면 쓸수록,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이 어려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매일같이 쏟아져 내리는 신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질투심 어린 감정이 일렁인다. 그러나 질투심을 불태우기도 전에 사그라지고 만다. 그저 놀라움과 경이만이 넘칠 뿐이다. 저들의 재능이 놀랍고, 부럽고, 또 부럽다. 저들에게 글감을 주는 일상은 무엇이기에,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떻기에, 그들의 글은 하나하나 빛나는 것일까.
최근 책을 내고 싶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다. 그렇다. 요즈음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기록을 통해 '이름'을 남기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 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라서 그럴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 사람들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입신양명' 등등 수많은 속담과 격언을 통해 수없이 들었듯 말이다.
나는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열변을 토하는 한 손님을 앞에 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그네의 삶을 듣는 것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론 웃기고, 때론 슬프고, 때론 가슴 처절한 고통을 공감하곤 한다. 고난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그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러니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 자신만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이유 말이다. 자신의 삶을 억척같이 힘들게 살아냈기에,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잘 살아왔기에, 그동안 노력하고 애쓴 자기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또 공감받고 싶어 한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다. 작가들처럼 책을 남기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쓰이지 못한 이야기들을. 그들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는가. 그들의 삶의 고뇌, 고통, 슬픔, 기쁨, 좌절, 불안, 행복, 설렘. 그 모든 것을 담은 이야기는 어디에 쓰여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