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이 왔다. 퇴사 후 포부를 안고 차린 이 공간, 이 카페는 망했다고. 그러나 쉽사리 포기할 수도 없었다. 창업의 포기 단계, 즉 폐업에도 돈이 들 줄이야! 임대한 공간을 원상복구 시키고, 모든 구조물을 철거하고, 남은 온갖 기기장비들의 계약기간. 그것을 모두 깔끔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도 돈이 들더라. 하루라도 더 일을 해서 폐업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나마 있는 한두 명의 단골손님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한 잔의 커피라도 더 팔기 위해서, 긴 영업시간을 오롯이 혼자서 버티기 위해서.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이제 이곳은 카페라기보다 서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내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아지트이자 동네 사랑방이 되어버렸다. 단골손님 한 두 명과 함께한 독서모임은 이제 그 덩치가 실로 거대해졌다. 한 달에 20개가 넘는 독서모임을, 200명의 손님들과 함께한다. 책을 통해 맺은 인연은 이제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게 되었다. 책을 통해 쌓아 온 시간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애정의 바탕이 되었다.
지난 4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공간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변해있음을 느낀다. 걱정과 고뇌만 일삼았던 지난날과 달리 '감사하다'를 매 순간 되뇐다.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꼈던 지난날의 나와 다르다. 인간대 인간으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기어코 나 자신마저 사랑하게 만든다. 사람 간의 정이 얼마나 따스하고 강력한 힘이 있는지 깨닫는다. 늘 감사와 애정, 사랑, 성장과 변화의 순간에 있는 내게는 늘 책, 그리고 손님들과 함께한 독서모임이 있었다. 그 소중한 순간순간을 어떻게 하면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까. 한 움큼 잡는 순간 흩어지는 모래가 아닌, 영영 기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남기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글'을 선택했다. 동네서점에서의 손님들과의 티키타카. 그 정다웠던 티키타카의 순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