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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Oct 17. 2022

1.  오이가 불쌍해!

<어린왕자> 책과 함께하는 티키타카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기억하는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다’ 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아는 것'이 맞을까? <어린 왕자>의 책에 여우가 등장하고, '길들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맞아. 장미도 나오고, 바오밥 나무도 나오지. 응 그렇지. 하지만 ‘그러한 등장인물들과 어린 왕자는 어떤 관계일까? 책은 어떤 내용이었을까?’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청소년 권장 소설로 뽑힌 이 책. 아이들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른들은 또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지금쯤 사람들에게서 그 의미가 희미해진 이 책, <어린 왕자>를 다 함께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어린 왕자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 일 것이다.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을 그린 그림은, 사실 어른들에게는 모자로 밖에 보질 않는다. 그 이상의 의미는 찾으려 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이 장면을 다시 마주하자 우리는 스스로로부터 두 가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동심을 잃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 자신이요, 다른 하나는 지난날 상처받은 어린이 었던 나 자신. 그런 스스로의 모습 말이다.

이것은 모자인가, 뱀인가!


저녁 식탁에서의 일이다. 오늘 저녁은 맛깔스러운 밑반찬들과 흰쌀밥이다. 그중 눈에 띄는 반찬은 단연코 오이소박이다. 엄마랑 함께 텃밭에서 키운 그 오이가, 애정을 주었던 그 오이가! 오늘은 밥상에 떡하니 올라와있으니 말이다.


“엄마”

”응, 왜. 반찬이랑 같이 맛있게 좀 먹어봐 “

“오이는 왜 태어난 걸까?”

“뭐라고?”

“오이는 이렇게 잡아먹히려고 태어난 걸까. 엄마는 오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엄마는 토막 나고 양념에 버무려있는 오이소박이를 멀뚱히 바라본다.

“엄마, 오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와”

결국 아이는 오이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린다. 이내 감정이 복받쳐 올라 오열을 한다.

그런 딸아이를 두고 엄마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잔말 말고 그냥 먹어!”


오이가 너무나도 애잔하고 또 안쓰러워서 눈물을 흘렸던 그 아이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고,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에 눈물 쏟지 않는다. 그녀에게 엄마가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엄마가 된 그녀에게 '오이 사건'은 이제 남일이 아니다. 곧 닥칠 두 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녀는 모자를 선택할까, 보아뱀을 선택할까.

슬픈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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