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오늘은 아쿠쓰 다카시의 <어서 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라는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맸어요. 집에서도 읽어보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동네 카페를 가보기도 했고요. 북카페 또는 펍에 가보기도 했죠. 그러나 이 모든 공간들이 책을 몰입해서 읽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말 그대로 ‘책 읽는 가게’를 차리게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답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는 정말 다양하게 많은데요. 각자 장소마다 장단점이 분명 있겠죠. 우리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집만큼 마음 편한 곳은 없죠. 그 어느 곳보다 마음 놓을 수 있는 장소고,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늘 안심할 수 있죠. 화장도 다 지우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읽고 싶은 책을 가장 편한 상태로, 편한 자세로 볼 수 있는 게 ‘집’이라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책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집에서 만족스러운 독서를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죠. 생활이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프면 그때마다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뒷정리도 해야 합니다. 집안일은 늘 쌓여있죠. 졸음이 몰려오면 물리치기보다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혼자라 해도 TV와 컴퓨터가 손짓하며 부르죠. 유혹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집 밖을 나와 이제는 '카페'로 이동해볼까요? 커피 체인점에 가면 신경 쓰이는 ‘남의 눈’이 희미해집니다.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타인들 속에서 몇 시간이고 자유로이 책을 읽을 수 있죠. 동네 카페에 가면 죽치고 앉아있는 게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요. 카페에서도 물론 장애물은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들려오는 도란도란 수다 소리에 책 읽기가 주춤주춤 멈춰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의 취향 문제도 있고, 조명 때문에 책에 그림자 지는 경우도 있죠.
그렇다면 이번에는 '도서관' 그리고 '펍'에 가볼까요? 도서관은 고유한 분위기가 있죠. 조용하고 또 조용한.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에도 좋지만 공부하러 오는 사람도 참 많죠. 펍도 그래요. 아무래도 고유한 분위기가 있죠? 그래서 펍에 책을 들고 가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그런 게 있죠. 맥주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으면 주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죠? ‘왜 굳이 여기 와서 책을 읽지?’ 이런 거요. 저 또한 책을 여러 장 소에서 읽어보곤 했습니다. 카페, 북카페, 동네 카페, 도서관 등등 다양한 장소에 가보았어요. 그런데 펍에서 책 읽기는 아직 용기가 안 생기더군요.
아, 최근에는 미용실에서 염색하며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미용실은 생각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가끔 사람과의 대화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 책을 펼쳐 들면 미용사가 저만의 시간을 인정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책을 읽다가 책 속 세계에서 빠져나오면, 머리도 완성되어 있고요. 두배의 힐링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였습니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독서'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독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독서란 유익하고 바람직하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죠. 책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얻기도 하고,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체험해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유익하고 바람직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순간 독서는 즐거운 취미가 아니라 ‘의무’가 돼버린다고 말해요. 독서는 누구나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는 거죠. 그게 바로 독서의 ‘특권화’라고 말합니다. 독서를 특권화함으로써 독서하는 즐거움도 잃어버린다는 거죠. 저자는 독서를 하나의 취미일 뿐이라고 말해요. 독서는 무척이나 간편한 취미입니다. 책만 있으면 할 수 있죠. 책 말고는 필요한 도구도 없고,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지식이나 기술, 경험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도 있지만, 이해라는 건 주관적입니다. 좀 아리송해도 읽을 수는 있고,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깨닫는 경우도 있죠.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독서는 그저 간편한 취미 중 하나 일뿐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도 조금은 사라지고요. 올해도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자’라고 버킷리스트를 세우신 분들이 참 많을 거예요. 그걸 하지 못했다고, 안 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저 취미 중 하나를 안 했을 뿐이라고 마음 가벼이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봐야 하는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는 ‘독서는 일용할 양식이며, 내일의 노동을 위한 준비’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요. 내일의 노동을 위해 오늘의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한 권의 책. 여러분들도 올해가 가시기 전에 그런 책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