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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Feb 16. 2019

17. 내 눈물은 당신의 전리품이 아닙니다.

<내 눈물은 당신의 전리품이 아닙니다>


직장인으로 살 때 '화장실'은 나만의 공간이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머그컵과 텀블러를 씻던 공간.

점심을 먹고 와서 양치를 하며, 잠시의 여유를 즐기던 공간.

그리고 나만의 울음을 씻어 내렸던 그 공간.


나의 절친한 친구가 울면서 카페를 방문했다. 친구를 울린 범인은 차장님이었다. 차장님은 친구가 보고한 문서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친구의 팔뚝을 툭 치고 "내 기준에 못 미치니 다시 해와"라고 했단다. 그러곤 사내 메신저로 덧붙였다. "너는 내 기준에 너무 못 미치니 답답하다. 네가 내가 원하는 만큼 따라오길." 메신저를 본 친구는 곧장 화장실로 가서 숨죽여 울었다. 맞은 팔뚝을 움켜잡고, 아픈 가슴을 더 아프게 때리며 울었다.


보고한 문서가 정말 엉망이었을 수 있다. 보고서 방향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다. 직장인에게 이건 일상이다. 보고하고, 깨지고, 수정하고, 다시 보고하고- 이런 걸로 슬퍼하기에는 내 눈물이 아깝다. 문제는 차장님의 말과 행동이다. 상호존중이 없는 말과 행동. 그것보다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없다. 그것보다 '사람'이라는 인격을 한 없이 깎아내리는 것은 없다. 직장 상사는 왜 부하직원에게 반말하는 것이 당연한가? 직장 상사는 왜 부하직원을 혼내는 것이 당연한가? 직장 상사는 왜 부하직원을 아프던, 아프지 않던 툭 치는 것이 당연한가? 왜 당연한가?


나도 입사하고 첫 1년은 울면서 보냈다. 펑펑 울었다. 그러곤 팀장님께 다시 가서 커피와 함께 편지를 건네곤 했다. 편지의 내용은 거의 똑같았다. "제가 기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 때문에 팀장님을 계속 번거롭게 해 드리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팀장님 기준에 미치는 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죄송했을까.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시간은 흐르고 기분 좋게 팀 회식을 하는 날이 있었다. 팀장님께 술 한잔 드린다. 그리고 말 한마디 덧붙이는 건 잊으면 안 된다. "팀장님 덕분에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매번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팀장님" 팀장님은 허허 웃으시며 내 잔에 술을 따라주신다. "내가 얘도 울려봤고, 쟤도 울려봤어. 처음에 그렇게 다 배우는 거야" 팀장님의 한마디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렇지만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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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는 상사로서의 또 다른 고충이 있을 테다. 하지만 상사가 좀 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울리지 않고도 가르치는 방법, 서로 존중하는 방법, 업무는 힘들지만 다닐만한 직장이 되는 방법, 인간관계로 고통받지 않는 직장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상사뿐만 아니라 우리도 고민이 필요하다. 서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비로소 한 발 전진하게 되는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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