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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Nov 03. 2023

'작가'라는 호칭이 주는 무게

네 번째 직업, 작가의 사연

우리는 종종 작가를 낭만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자유로운 상상을 가진 예술가, 단어의 마법사, 일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지식인 등등. 나 또한 그런 이들을 '작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니 나는 이미 내 기준에서 '작가'가 아닌 셈이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던가 개성 있는 문체도 없으며, 시선마저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가 작가라고 불려도 되는 것일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무언가를 발견한 하루로 만들기 위해서 쥐어짜는 내가 작가인 게 맞는 것인가?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한 사람의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저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가지각색일 테다.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얻고, 때로는 그 시선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 닥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한다. 때로는 영감을 얻고, 때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책 속 인물이 겪는 다사다난함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기도 하고,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사람'을 공부하기도 한다. 책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듯 우리네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이들 앞에 한 없이 부끄러워 자꾸만 숨고 싶어 진다. 메시지나 울림이 있기보다 공중에서 부유하는 내 글들이 보잘것없어서. 작가라는 호칭은 부담감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의무감, 때론 부채의식도 안겨주는 듯하다. 


'에세이'는 참 어려운 분야일지 모른다. "나는 에세이 분야의 책은 안 사요. 소장가치가 없거든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남의 이야기보다 지식을 채워 넣어 다가오는 내일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그 정도의 글은 나도 쓰겠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글로 주절거린 것보다 '내' 삶이 더 파란만장하고 기구하기에.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기에. 그런 그들 속에서 '나는 이렇게 살아요!'라고 소리치는 의미 없는 메아리가 에세이일지도 모르겠다. 내 글이 그렇지 않았을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나의 글이 의미를 가지길 바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길 진심으로 소원한다. 이렇게 내뱉고 보니 내 꿈이 참으로 원대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부담과 책임, 의무감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정선들을 견디고 싶어 지자, 내가 지금 하는 고민들이 기꺼워진다. 작품을 더 깊이 있고 의미 있게 쓰고 싶어 하는 갈망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빤히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러한 삶에 뿌리박으며 살게 만든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하고, 사물과 자연을 더욱 세심히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세상을 배우고, 시선을 알아간다. '작가'라는 호칭이 주는 무게를 견뎌낼수록,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더더 풍부해진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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