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vs카페 사장의 통장>
1. 직장인의 통장
나의 월급날은 매달 25일. 내 기분은 20일부터 뒤숭숭하다. 기쁨 반, 걱정 반. 한 달 동안 개같이 고생해서 번 월급이 들어온다는 기쁨과 동시에 '시발 비용*'이라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고 흥청망청 썼던 신용카드 값이 걱정된다. 매일 아침마다 마시던 녹즙, 한 달에 두세 번 할까 말까 하는 전화영어의 정기 결제일도 25일이다. 게다가 직장동료들과 점심이나 커피를 마시러 가면 항상 한 명이 먼저 계산을 한다. 그러면 총금액에서 1/n 한 금액을 '토스(toss)'라는 어플을 통해서 이체해주는데, 이게 쌓이니까 엄청 큰돈이다. 에라 모르겠다.
다음 달 월급도 들어오니 어떻게든 되겠지!
다음 달의 애매한 인간아 힘내라! 파이팅!
*시발 비용은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이를 테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고급 미용실에서 파머 하거나 평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던 길을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지출하게 된 비용이 해당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pmg 지식엔진연구소)
2. 카페 사장의 통장
매출의 95%는 카드매출이다. 나머지 5%는 부모님이 팁까지 주며 내주고 가는 현금매출이다.
카페의 카드매출은 정말 자잘하게 여러 번 나눠서 입금된다.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2~3일 뒤 단 건별로 입금된다. 가끔 카드사에 따라서 시일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처음 카드매출이 입금됐을 때는 깜짝 놀랐다. 한 달에 한 번씩 받던 월급과는 달랐다. 오천 원이 입금되고, 만원이 입금됐을 때의 기분이란-
월세, 관리비, 전기세, 인터넷비, 재료비는 꾸준히 발생하는데 매출은 꾸준하지 않다. 카드값 내는 날은 25일로 다가오는데 어떻게 낼지 걱정이다. 다음 달의 나에게 부탁할 수도 없다. 다음 달에는 얼마를 벌지 알 수가 없으니까. 가지고 있는 모든 적금을 해지한 지 오래다. 돈을 번다는 것보다 하루를 연명하는 느낌이다. 하루 카드매출이 입금되면 그 돈으로 재료를 사고. 하루 카드매출이 입금되면 그 돈으로 인터넷비를 내고.
하루살이가 이런 걸까. 처음에는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뒀으니 월급의 두세 배는 벌 수 있을지 알았다. 너무 장사가 잘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던 것 같다. 장사가 안될 때는 한 없이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다른 데서 카페를 운영하는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여유로움 속에서 손님들과 주고받는 대화는 추억이 되었다. 여유로움 속에서 읽는 책 한 권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여유로움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하루는 풍요롭다.
누군가 하루살이의 삶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주저 없이 대답하고 싶다.
하루살이의 삶은 불행하지 않다. 하루하루를 풍족하게 산다.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산다.
덧붙이자면 하루 벌고, 하루 쓰고 어떻게든 잘 살아진다. 먹고 싶은 피자빵도 사고, 떨어진 화장품도 사고 소소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가끔 애매하게 카드값이 모자랄 때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