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지 덕지: 조직도의 미덕

욕망인가? 절망인가

by emily

연초가 되니, 여기저기 시끌벅적.

조직이 변화될 예정이며, 없어지는 팀, 새로 생기는 팀 등 설왕설래한다.

조직 구조를 변경할 때, 두 가지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현재 조직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

성공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조직이 비효율적인 것은 누구나 알지만, 변경된 조직이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면, 기존 부서랑 이해관계가 부딪칠 수도 있고 기능이 중복된다고 합쳐 놓으면 서로 추구하던 목표가 상충된다던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조직의 비효율성을 느꼈고 경영진, 특히 사장의 의지가 있다면 두 가지를 충실히 해야 한다.

조사와 토론이다. 현재 조직의 문제점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조사해야 하고 직원들에게 명분에 대해 이해시켜야 한다. 물론, 조사도 완벽할 수 없고, 직원들 설득도 제대로 안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들이미는데 내 감만 갖고 반박할 수 없다. 이견에 대해 목청 높여 싸웠는데도 논리와 힘겨루기에서 졌다면, 어절수 없다. 이번 판은 나가리이니 다음 판을 기대하면 된다.

사람들에게 최악이 아닌 길을 가자고 설득하는 것이 효율성을 마음에 둔 조직개편일 것이다.

둘째, 효율성이고 무엇이고 간에, 사장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조직을 바꾸는 경우다.

사장의 뜻이 회사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면 '효율성'을 위해 조직 개편이 일어날 때와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사장의 뜻이 항상 조직의 목표만 있을까? 사장도 인간이기에 자신이 익숙한 구조로 바꾸고 싶어 하기도 하고(주로 전 직장에서 경험한 조직도를 그대로 차용하곤 한다) 아니면, 자신의 우두머리로서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조직 구조를 개편하기도 한다.

위세를 보이기 위해 조직 개편하는 상황을 비난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복지부동하다거나 강력한 2인자가 있는 등 사장으로서 자신의 말이 먹힐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 리더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손대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다. 이럴 때, 수혜자와 피해자가 명확해진다. 사장이 써야 할 사람의 세는 커질 것이요, 사장이 부려먹기 어려운 사람의 세는 약해지는 구조를 만들고 명분은 그다음 생각할 테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조직 개편은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기반으로 한 효율성을 바탕에 두고 이루어지는 변화이다. 안타깝게도 치열한 고민이 너무 소수의 인원들이 이끄는 경우가 많고, 치열한 토론은 생략되곤 한다. 목적은 선할지라도 시행 후 음모론만 판치는 가슴 아픈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최악의 조직개편은 사장님의 의도가 들통나고 직원들 사이에 싸움만 격렬해져 잡음만 생기고, 조직개편도 사장님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사장이 리더로서 명을 세우겠다는데 어찌 비난할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조직개편만이 방도라고 생각하면 아군과 적군을 제대로 나누고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욕먹을 각오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목표를 둔 조직개편은 사장과 그의 동지들의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한데, 사장이 그 누구에게도 욕을 먹지 않겠다 결심하게 되면, 직원들은 반항해야겠다는 집념만을 키운다. 내가 네 편은 아니지만, 내 이익은 내놓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 그것만이 작동하게 된다.


올해에도 조직개편 이야기는 들려오나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길을 택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최악만은 면하길 바랄 뿐이다.


#오피스야사 #조직개편은아무나하나 #안타까움의연속조직개편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