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혼자 자르며
요즘은 머리를 자르는 법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은 감사하게도 한국인 미용실이 있다. 미국에 온 지 일여 년은 남편은 한 달에 팁을 포함해 4만 원 정도를 머리를 자르는 데 사용했다. (이 가격은 남미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비해 비싸고, 보통 미용실보다는 싸다.) 한국에서는 까다롭게 미용실을 고르던 남편이었지만, 여기서는 한국어로 자를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며 갈 때마다 부인은 머리 하러 안 오냐고 묻는 그 미용실을 계속 다녔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는 재앙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터졌다는 느낌이다.) 재택근무가 되면서 매달 한 번씩 가던 미용실을 두 달은 가지 않았다. 워낙 짧은 머리였기에 목을 덮을 것 같이 덥수룩해지지 않았지만, 까치 같이 길어진 머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부터 가위를 들기 시작했다. 반년을 이발기 없이 가위로 머리를 잘랐다. 한 번 자를 때마다 2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으며 내 몸은 땀으로 젖었다. 이런 나를 불쌍히 여긴 걸까 지인이 안 쓰던 이발기를 주었고 이제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 시간 만에 머리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더운 날씨에 매일 머리를 묶고 살았고 미국에서 한 번도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강한 햇빛과 맞지 않은 물로 인해 머릿결이 많이 상했다. 한참 때는 긴 머리를 찰랑 거리며 다녔던 것도 같은데 몇 년 지나지도 않아 부스스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 묶고만 다니는 아줌마가 되었다. 다만 파마를 하지 않은 아줌마.
균형이 중요해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되며 내 삶의 필요 없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고 있다. 그중에는 나를 꾸미던 것들이 있다. 향수, 화장품, 예쁘지만 불편한 속옷도 그렇다. 그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지금 나 자신을 방치를 하고 있으면서 좋은 말로 ‘게으름을 미니멀이란 말로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마스크를 쓰면서 화장은 고사하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날도 많았다.
사실 이렇게 있으면 나 자신은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하곤 한다. 단순히 내가 못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현실이 고달파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걱정. 그래서 균형을 찾기로 했다. 예쁜 외모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단정한 모습을 갖는 걸로.
오늘 마음을 다잡는 의미로 머리를 다듬었다. 물론 모자란 솜씨로 묶었을 때 깔끔해 보이는 기장의 단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