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두 Jun 17. 2021

4. 오늘의 잔소리

머리를 혼자 자르며


 요즘은 머리를 자르는 법도 유튜브에서 찾을  있다.


 내가 사는 곳은 감사하게도 한국인 미용실이 있다. 미국에 온 지 일여 년은 남편은 한 달에 팁을 포함해 4만 원 정도를 머리를 자르는 데 사용했다. (이 가격은 남미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 비해 비싸고, 보통 미용실보다는 싸다.) 한국에서는 까다롭게 미용실을 고르던 남편이었지만, 여기서는 한국어로 자를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며 갈 때마다 부인은 머리 하러 안 오냐고 묻는 그 미용실을 계속 다녔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는 재앙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터졌다는 느낌이다.) 재택근무가 되면서 매달 한 번씩 가던 미용실을 두 달은 가지 않았다. 워낙 짧은 머리였기에 목을 덮을 것 같이 덥수룩해지지 않았지만, 까치 같이 길어진 머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부터 가위를 들기 시작했다. 반년을 이발기 없이 가위로 머리를 잘랐다. 한 번 자를 때마다 2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으며 내 몸은 땀으로 젖었다. 이런 나를 불쌍히 여긴 걸까 지인이 안 쓰던 이발기를 주었고 이제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 시간 만에 머리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더운 날씨에 매일 머리를 묶고 살았고 미국에서 한 번도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강한 햇빛과 맞지 않은 물로 인해 머릿결이 많이 상했다. 한참 때는 긴 머리를 찰랑 거리며 다녔던 것도 같은데 몇 년 지나지도 않아 부스스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 묶고만 다니는 아줌마가 되었다. 다만 파마를 하지 않은 아줌마.


균형이 중요해


제로 웨이스트를 알게 되며 내 삶의 필요 없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고 있다. 그중에는 나를 꾸미던 것들이 있다. 향수, 화장품, 예쁘지만 불편한 속옷도 그렇다. 그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지금 나 자신을 방치를 하고 있으면서 좋은 말로 ‘게으름을 미니멀이란 말로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마스크를 쓰면서 화장은 고사하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날도 많았다.

 

 사실 이렇게 있으면 나 자신은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걱정을 하곤 한다. 단순히 내가 못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내 현실이 고달파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걱정. 그래서 균형을 찾기로 했다. 예쁜 외모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단정한 모습을 갖는 걸로.


 오늘 마음을 다잡는 의미로 머리를 다듬었다. 물론 모자란 솜씨로 묶었을 때 깔끔해 보이는 기장의 단발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