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직업 - <집중독서> 담당자

by 애나

저희 교실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을 아이들이 주도해서 하지요.

그중 아침 독서 시간을 주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흔히 조용한 성격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가지는 직업. 집중독서 담당자입니다.


아침 8시 50분부터 9시까지 집중독서 시간입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짧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짧기 때문에 모두가 집중해서 독서를 합니다.


저는 그 시간, 교실에 흐르는 공기가 참 좋습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세계에 빠져 듭니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있지만 모두 같은 공간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지요.


집중해서 책을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아야 하고, 다른 친구와 나누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하고, 책을 읽기 위한 마음을 꺼내야 합니다.


그 준비를 위해 집중독서 담당자가 8시 49분에 외칩니다.

“집중독서 준비하겠습니다.“


시계를 보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아이들이 참 대견합니다. 그리고 정확히 8시 50분, 집중독서 담당자가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집중독서 시작합니다.“


집중독서 담당자는 교실 앞 책걸상에 앉아 대표로 책을 읽습니다. 모범을 보이는 셈이지요.

덕분에 아이들이 더 책을 열심히 읽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책을 읽기도 하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살피기도 하고, 오지 않은 아이의 부모와 연락하거나 급한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정신없는 아침에 집중독서 담당자가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집중독서 담당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한결같이 독서를 챙깁니다. 매년 반에서 가장 성실한 아이들이 이 직업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뽑는 것은 아닌데 참 신기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하면 좋겠다고 얘기한 후 모집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개 성실하더군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책 여행을 합니다.

짧다고 포기하기엔 아깝습니다.

매일의 10분이 모여 한 달이면 200분이 되고, 일 년이면 1900분이 됩니다. (학사일 기준)

아이들과 함께 같은 동화책을 읽어나가 보았더니, 10분이면 한 챕터, 한 달이면 동화책 한 권을 읽더군요.

참 좋았어요. 같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감상으로 아침을 여는 것도요.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일렀던 예전에는 아침 독서가 당연했지만, 등교 시간이 8시 50분이나 9시로 바뀌면서 아침 독서가 거의 사라졌어요.

집중독서에 대한 아이디어는 다른 선생님께 배웠답니다. 훌륭한 동료 선생님들이 많아서 참 좋아요.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과 독서할 생각을 못했는데, 결국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시간이 없다면 10분만이라도,

짧지만 굵은 ‘책 여행’ 어떠세요?


“집중독서 준비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사람은 왜 죽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