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별들

by 애나

작년까지 일했던 학교는

저에게는 힘든 공간이었습니다.


교사로서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매일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요.

아, 물론 아이들 빼고요.

아이들은 저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예뻐서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제가 힘들었던 이유는 업무 때문이었습니다.

양이 많았고 출퇴근길은 멀었고 저는 체력이 약했습니다.

매일같이 업무와 씨름하며 수업준비할 시간도 없이 부족한 시간과 다투었어요.

몸은 자꾸 고장이 났고 그럼에도 바보같이 책임감에 출근을 했고 그래서 몸과 마음은 더욱더 망가져 갔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보면 웃었어요.

그래야 제가 살 것 같았어요.

아이들과 긍정적인 소통을 하는 것만이 저를 숨쉬게 했거든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쓰러질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저는 아이들에게 거짓 웃음을 지었지만

아이들은 저에게 진실된 웃음으로 힘을 주었어요.

사실은 그랬습니다.

친절한 교사였지만 행복한 교사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1층 급식실에서 4층 교실까지 올라가는 계단에서

제 뒤에 한 줄로 서서 엄마오리를 따라가는 아기오리들마냥

깔깔거리며 제 걸음에 맞춰 걸었어요.

가끔은 비밀 작전을 수행하듯 몰래 저를 따라오며 키득거리기도 하고

숨어서 놀래키기도 하고

제가 하는 일은 뭐든 도와주려 했어요.


네. 정정해야 겠네요.

행복한 교사였네요. 비록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지만요.


학교를 떠나오며 펑펑 울었어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던 것 같아요.


다행히 올해는 좀 더 큰 학교로 오게 되었어요.

(학교가 클수록 교사 수가 많아 1인당 행정 업무가 줄어듭니다.)

덕분에 반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참 감사한 일이에요.


그러다 문득 작년 아이들이 보고싶어서

(사실 너무 너무 보고싶어서)

이전 학교를 찾아갔어요.

5교시 수업 마치자마자 택시를 탔는데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혔어요.

도착했더니 이미 6교시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하교한 뒤였어요.


먼 길을 왔는데, 아쉽지만 다음에 또 와야겠다 생각한 순간 익숙한 두 명의 얼굴이 보였어요.

다가가자...

한 아이는 저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겨왔어요.

다른 아이도 울었고요.

글을 쓰면서 저도 울 것 같네요.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고 다음에 또 오겠다 약속하고 헤어졌어요.

둘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었어요.

그러고 학교에 들어가 옛 동료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른 아이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제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먼 곳에 있다가 버스를 타고 다시 학교로 왔대요.

그리고 저를 찾아 온 교실을 살피며 돌아다녔대요.

학교에 생각보다 교실이 많았다며, 그러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에서 저를 찾았다며 담담히 말을 하는데

참.. 고맙고 사랑스러웠어요.


아이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저 멀리서 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어요.

옆의 아이들이 목청이 터져라 이름을 불렀고

뒤돌아 저를 발견한 아이들은 전속력으로 달려왔어요.

그 아이들도 제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를 헤매고 다녔대요. 포기하고 하교하려던 순간 운좋게 만난 것이었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다른 한 친구를 불러오겠다며, 데리러 뛰어 갔어요. 저를 못만나서 건물 안에서 울고 있다고 했어요.

저런.. 순간 미안하기도 하고 감동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이제 고학년이 된 아이들은 더 의젓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멋지게 제 앞에 서 있었어요.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고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헤어지는데 돌아서서 뛰어와서 다시 안기고..


네... 저도 좋았어요.

작년에도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요.

제가 불행했던 시간은 어쩌면 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값이었는지도 몰라요.


어두운 기억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만큼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지금도 많이 뭉클해서요.

앞으로도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글로 남겨 보았어요.

작년의 저를 버티게 한 저의 별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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