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비엔날레 11th 다녀와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비엔날레(Biennale)
2년에 열리는 세계적인 대규모의 미술축제를
처음 맞이 한 소감을 한단어로 요약하자면 '소화불량'이었다.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외국 전시라서 그러했을수도있고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의미가 가득한 작품들을 너무나 간략한 중국어설명으로
이해하기에는 내 상상력이 너무 모자랐던것 같다.
3층을 빼곡하게 가득채운 대량의 작품을 3시간안에 모두 소화해내고자하는 욕심이
화를 부른것 같다.
그래서 선택을 하기로했다.
"얻을것만 얻고가자!"
처음 입장했을때의 의욕넘치던 무거운 마음이 한 층 한층 올라갈때마다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좋아하던 영상, 회화, 사진 작품들에 발길이 더 머물게 되고,
그 의미를 한번더 생각해보게 되고, 오롯이 전시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고, 이번 전시목적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작품들 중심으로 리뷰를 작성해보고자한다.
WHY NOT ASK AGAIN?
(再何不问?)
왜 다시 묻지 않는거죠?
시작부터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논쟁, 반론, 그리고 이야기들
Arguments, Counter-arguments, and Stories
(正辩,反辩,故事)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비교적 잘 준비된 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들을 이미 다 제시되어있다.
묻기만 하면 되는듯이.
첫 시작이 좋았다.
1층 표를 구매하고 들어서자 마자 마주한 대형의 설치조각품
7층 높이의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강철 소재의 끈에
묶인 삼각뿔의 '추' 는 자체적인 무게에 의해 끈임없이 임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얀 모래위에 새겨진 그 흔적들은
생명의 탄생을 비롯, 우주의 생성이 한 순간에 이해가 되는 듯한 묘한 마력을 가지고있었다.
우주는 아마 거미줄과 가장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이어진 참여형 작품들에선
눈을 감아도 찬란한 빛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눈을 크게 뜬채 고개를 젖혀 올려 보면 쏟아질듯이 빛나는 반짝임을 만나기도 했다.
오색 빛깔 프리즘이 연출하는 몽환적인 장면도 빼놓을수 없었다.
그 중 단언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2층 중앙에 있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는 체험형 대규모 설치작품은 엄청난 크기에 걸맞게
사람들의 기대또한 남달랐던것 같다.
우주 영화를 4D로 보아도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을 대신할수 없을 것같다.
작가의 역량이 느껴졌다. 이렇게 대규모의 설치작품을 이처럼 밀도있고 작품성있게 구성해 낸 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작가는 너무나 영리하게 현실적 소재들과 초현실적인 영상들을 섞어 관람객들에게
광활한 우주를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여기 2cm 남짓한 크기의 낙서처럼 새겨진 그림들을 보자.
앞의 작품들과 여러면에서 너무나 대조적이다.
크기면에서는 우스울정도로 작고, 내용면에서는 무성의하다고 할만큼 별게 없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관객들은 숨겨진 작품들을
찾아가는 과정에 참여하고
결국 이 조그마한 작품들을 인정하고 그것들이 주는 유머러스함과 강력한 전달력에 감탄을 하고있었다.
상해비엔날레의 주제는
어쩌면 가장 쉽고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궁무진한 설득력을 지닌
'우주' 라는 커다란 매커니즘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것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정론, 반론, 그리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모든 감각적, 개념적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보여주려고 했다.
수십 미터를 아우르는 거대 공간 설치부터
2cm 낙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