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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Jun 17. 2017

무너져야 비로소 시작되는것

영화16<데몰리션>


나는 나를 잘 알고있을까? 내가 지금 살아가고있는 세상, 그 속에서 얼마나 나는 '나'된것을 마주하고 진실되게 살아가고있을까? 그렇게 믿고 싶은것아닐까? 여기 한 남자가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눈앞에서 아내의 죽음을 목격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슬픔이 몰려오지않는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그래서 그런거라고 스스로 답을 내려본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하지만 데이비스의 삶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전에는 보이지않던 것들이 눈에 띄는것이 그 시작이었다. 아내의 사망선고를 맞이한 병원, 그곳에서 눈에 거슬리던 자판기가 문득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자판기회사에 항의 편지를 쓴다. 불평으로 시작한 편지는 아내 줄리아와의 연애이야기로 끝을 맽는다. 그리고 여러차례 이어진 독백의 편지들.  



데이비스는 답장을 전혀 기대한건 아니였지만 편지를 읽은 자판기회사 고객담당직원 캐런의 전화를 받게된다. 죽은 아내로인해 슬퍼하는 그를 위로하고싶어서였단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솔직하게 써내려간 편지를 시작으로 데이비스는 삶은 더 없이 날 것이 되었다. 거침없이 내뱉어진건 말뿐만이 아니었다. 단단했던 감정의 껍질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는 그의 결혼 생활을 해부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데이비스는 단순히 궁금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 삐걱이는 화장실 문짝, 바이러스에 걸려 먹통이 된 컴퓨터, 죽기직전에 아내가 짜증을 내며 고쳐달라고 했던 냉장고, 심지어 장인어른이 아끼는 괘종시계까지 모조리 알고싶어졌다. 그래서 하나 하나 분해해본다. 알기 위해 부순다. 물건으론 성이 차질 않았다. 문득문득 눈에 보이는 줄리아의 환영, 그녀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겨진 집이 더없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망치를 들었다.




"뭔가를 고치려면 전부 분해한 다음 문제가 뭔지 알아봐야해." 다 때려부수고, 분해해버리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이었는지, 나에게 줄리아는 어떤 존재였는지, 줄리아는 어떤여자였는지.

사실 그는 아내를 많이 사랑했었다. 단지 조금 무심했을 뿐.



난 내 삶에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내린 모든 결정들이 백프로 내 스스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을까? 모든 순간에 내가 정말 있었을까.내가 진짜 그 애들을 사랑했을까? 글쎄, 내가 누군지 아는 건 참 어렵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자기 파악도 안되는 내가 타인에 대한 감정을 감히 섣불리 말할수 있을까.  나를 완전히 해부해서 바닥에 촤르를 펼쳐서 한번 객관적으로 봤으면 좋겠다. 근데 감히 그럴 용기가 어디 쉽게 나던가. 데이비스는 스스로 무너질 용기가 있었고 그 댓가는 '진실'이었던것같다. 자의이든 타의 이든 데이비스는 스스로를 부쉈다. 진심이라고 믿었던 껍데기는 깨어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진면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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