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다듬이벌레와 나의 우정
하얗다. 너무너무 작다. 나만 본 건 아닐 것 같은데, 녹색 창에 검색해 본다.
‘몸뚱이는 연약하고 뚱뚱한 편이고, 집 안에서 사는 놈들은 날개가 없으며, 1.6밀리미터 정도로 눈곱만한 것이 아주 작고, 3쌍의 다리 중에서 제일 뒷다리가 굵어서 빠르게 움직인다. 상체는 반투명한 흰색이거나 회갈색이고, 또렷하고 큰 두 개의 겹눈과 3개의 홑눈에, 머리방패는 크고 볼록하며, 긴 촉각은 실오라기 모양으로 12~50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구나, 내가 본 것이 정녕 책벌레로구나. 세계적으로 1,650종이나 살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는 먼지 다듬이벌레로 불리고 서양에서는 ‘book lice’로 불리는 곤충이라는 정보까지 알게 되었다. 내가 본 책벌레는 모두가 흰색이었고 아주 작았다. 책에 벌레가 살다니 멋지지 않은가! 마치 숲속 같다. 책은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숲이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책들이 엉켜 있는 책장은 왕성히 활동하는 생명체가 공존하는 생태계다. 책벌레에게 책은 집일까? 누군가가 비유하기를 디지털읽기는 편치않은 호텔방에 머무르는 것과 같고, 종이책 읽기는 집과 같다고 했다. 종이책은 안락하고 편안하며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곳이란 의미일게다. 그런 의미에서 책벌레와 나는 동지다. 책에 머무르는 자들.
나는 어릴 적부터 벌레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다. 바퀴벌레는 끔찍하지만 유년기부터 보아온 잠자리니, 모기니, 파리니, 거미니 벌이니 하는 것들에는 오싹함이 없다. 농촌생활도 곧잘 할 여자다. 그래서 가만히 책벌레를 지켜보면서 ‘아, 네가 책벌레로구나, 아 신기하네, 진짜 작네. 오~!’하는 탄성을 질렀다. 책벌레를 봤다는 것이 왠지 책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마치 친구가 은밀하고 꺼림칙하지만 친밀함의 의미로 털어놓은 비밀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살짝 좋기까지 했다. 이정도면 책에 대한 나의 각별한 우정을 과시해도 되지 않을까.
근데 책벌레는 처녀생식을 한다니, 책과 더불어 지내며 혼자서 아이도 낳고 평생을 살아도 되는가 봅니다. 이런, 책벌레가 부러워지네요. 앗 덧붙여 책벌레에 대한 오해 하나를 바로잡자면, 책벌레는 책을 갉아 먹는게 아니고, 습한곳에서 자라는 곰팡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미지를 찾아보지는 마세요, 식사 전후에는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