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의 쓸모가 발견되는 시점이 조금씩 다를 뿐.
지금의 생활 습관들을 갖추게 된 지도 어느덧 햇수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시간의 흐름을 잘 체감하지 못하다가 문득 이전 기록들을 살펴보면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된다. ‘내 일상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른 거지?’ 하고 아쉬워하다 보면 ‘혹시 내가 너무 같은 자리에 고여있나?' ‘너무 발전 없이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어떠한 성취를 위한 기록을 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어떤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내가 목적 없이 너무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나.' 하는 고민을 한다. 내 일상이 별 거 아닌 거 같이 느껴져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러다 문득, 어쩌면 5년 동안 비슷한 온도로 일상을 꾸려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 습관들을 꾸준히 지속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의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그 결은 늘 같았기에, 꾸준히 그것들을 해 왔기에 내가 이렇게 잔잔한 일상을 지켜낼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결과지향적인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내가 하는 행동들이 어떠한 성취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것들은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고 치부해 버린 것은 아닐까. 나 다운 게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이런 습관들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다움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덧 20대의 중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잘하는지, 장기적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나의 삶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그 어떤 답도 찾지 못했다. 20살 때의 나는 이쯤 되면 모든 것이 더 분명해지리라 예상했는데, 20살 때 하던 고민과 지금 하는 고민에는 큰 차이가 없다. 여전히 비슷한 것들을 고민하고 불안해한다. 그래서인지 내 눈앞에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 행동들 그러니까 습관들을 지금처럼 지속하는 게 잘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불안함이 내 머릿속에 더 크게 자리하는 듯하다. SNS에는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만 선택적으로 공유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사실을 통째로 잃어버린 채,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작아진다. 내가 보는 타인의 모습은 화면 속 모습이 전부임에도 그들은 내가 비교하여 생각하는 대상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중에 하나는 확실히 발견해서 그것을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거 같은데, 나는 아직 여기저기 탐색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의 일상 여기저기를 뜯어보며 내가 잘 살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더욱더 나를 가라앉게 만든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설 연휴에 오랜만에 혼자 영화나 볼까 하고 고른 작품에서 내게 딱 필요했던 말을 듣게 됐다.
"The more you know who you are and what you want,
the less you let things upset you."
맞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보다 더 분명히 알았다면 이런 것들에 영향을 덜 받고, 상처도 받지 않았을 텐데. 내면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수련이 훨씬 많이 필요한가 보다. (아니면 요새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했던 탓일까.) 20대 초반의 나와 20대 중반인 내가 하는 고민이 같은 것처럼. 어쩌면 나는 사는 동안 늘 비슷한 고민들을 하며 살지도 모르겠다. 고민에 끝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고민을 해결하려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실패를 복귀해 보고하는 이런 꾸준한 행위를 통해 더 나다워지는 것이라 믿어보려 한다. '고민'이라는 무한한 공간에 두둥실 떠다니기보다는 뭐라도 찾아보고, 써보고, 해보는 행위 즉 그 공간을 탐색하려는 행위를 하는 것이 다른 고민을 보여주든, 처음엔 미처 못 봤던 갈래길을 보여주든 하지 않을까. '아무튼 단 0.01%라도 고민만 하는 것보단 낫겠지!' 하는 마음을 다시한번 새겨보는 연휴 마지막 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