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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Aug 05. 2019

화장을 하지 않는 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최근 나에게 생긴 작은 변화가 있다면 바로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부끄러워하거나 숨지 않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1시간 전에 일어나도 항상 준비 시간이 빠듯했다. 얼굴에 바를 건 왜 그렇게 많은지. 파운데이션, 컨실러, 블러셔, 쉐도우 여러 개와 마스카라에 컬러 렌즈까지. 거의 분장 수준으로 화장을 마치고 나가면 중간중간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항상 거울을 보며 체크했다. 찍어 바른 쉐도우의 펄이 눈에 들어가 충혈이 되어도, 장시간 낀 렌즈에 눈이 시큰거려려도, 피부에 맞지 않는 파운데이션으로 뾰루지라도 나면 더 커버력이 높은 컨실러로 가리기 급급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로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인가?'


외적인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의 사항인데. 곧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정작 놓쳤던 내면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사실 처음엔 좀 두려웠다. 화장을 하지 않은 밍밍한 내 얼굴과 전보다 못생겨졌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두려움이 있었다. 놀랍게도 주변 사람들은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당당해진 나를 더 좋아해 주는 것 같았다. 


외적인 꾸밈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내가 예뻐서 좋아하는 걸 거야.' 하는 바보 같은 착각 속에 빠져 아직도 헤엄치고 있었겠지. 그렇게 화장의 굴레에서 벗어난 나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절대. 하늘이 무너져도. 화장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날 괴롭히던 필수 사항에서 그 날 기분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 사항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풀메이크업으로, 어떤 날은 선크림만 바르고 당신 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내가 어떤 모습이던, 그건 온전히 그 날의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는 대신 이렇게 메모장을 켜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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