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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Mar 12. 2022

소도시를 채우는 가게들

전라북도 익산시 곳곳에 있는 동네가게 탐험

 나는  가게를 다녀오고 나서 일본<심야식당> 떠올랐다. 음식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대화로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주는 그런 식당 말이다. 익산시 원광대 대학로 상권에 위치한 '난장 한판'이다.


"처음 오셨죠? 오징어 튀김을 라면 국물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테이블에 앉아 후후. 라면과 튀김을 열심히 먹고 있는 나에게 사장님이 말을 건네 왔다. 가게에 들어와 누가 봐도 처음  사람처럼 식당 안을 두리번거렸던 것을 들킨 모양이다. 난장 한판은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식당이다. 익숙한듯한 메뉴지만 집에서  먹기 귀찮은 라면과 덮밥 요리를 원광대 학생들에게 대접한다.


나는 사실 사장님이 말을 걸어올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1)

"곧 좋은 소식 들리는 거야? 다음엔 같이 오면 좋겠다!"


남학생  명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러 오자 사장님이 대뜸 응원의 말을 건넸다. 라면을 기다리며 슬쩍 엿들은 바로 친구  명이 새로운 썸녀가 생긴 모양이었다. "하핫..(진짜 이렇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마디를  나눈  학생은 힘차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 학생이 진짜 여학생과 함께 올지, 아님 혼자 올지는 모를 일이지만 사장님이 건넨 말에 나도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


2)

"우와. 이건 뭐예요?"


"아, 제가 얼마 전에 프로포즈 했거든요. 그때 썼던 꽃이에요. 한 송이씩 가져가세요."


행복을 나눌 줄 아는 마음씨를 가진 사장님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이 가게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는 짧은 사이에도 사장님은 세심하게 손님들과 소통하고 정을 나눴다. 가게 벽면에 손님이 적은 듯한 엽서도 기억에 남는다.


"음식의 , 공간의 분위기, 그곳에서의 대화, 음악, 사람 등의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맛있다' 만들어 내는  아닐까요? 오늘도 맛있는  그릇이 주는 따뜻함을  먹고 갑니다."


나는  그릇에 따뜻한 요리와 대화를 담아주는  공간이 익산에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장 한판]

주소 : 전북 익산시 익산대로 64길 39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nanjang1pan/




**


익산에 이런 공간 10개만 더 생긴다면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익산시 영등동 주요 상권 뒷골목에 위치한 '에그하우스'다.


여행을 가거나, 일상의 특별함을 찾는다면 가는 공간은 어디일까. 나는 단연 책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장님의 취향이 묻은 큐레이션과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 나는 책방의 공간을 잠시 빌려 쓰는 걸 좋아한다.


공간이 마음에 들면 자연스레 사장님이 궁금해진다. 어떤 생각으로 책을 골랐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운영하는지. 궁금증과 부러움을 못 참고 자꾸 말을 건네게 된다. 사장님은 "익산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에그 하우스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라고 소개했다.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익산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다니. 이토록 반가울 수가! 나는 여기를 단골 삼아야 겠다고, 아님 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위대하고 재미있는 걸 만들 수도 있겠다고 잠시 상상했다.



[에그하우스]

주소 : 전북 익산시 궁동로 77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egghouse.kr/




**



"서울에서 왔어요. 익산에 연고지 하나 없는데 남자 친구랑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왔어요."


원광대 대학로를 산책하는데 못 보던 옷가게가 새로 생겼다. <American Country Boy> 아메리칸 컨트리 보이. 미국 시골 소년? 가게 이름이 신기해서 들어가 봤다. 익산에 잘 없는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 입점된 편집샵이었다. 익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전반적인 가게 느낌이 이쪽에선 귀한 힙함(?)이라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익산 분이세요?"


동갑내기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운영하는 이 편집샵은, 남자분은 19살까지 익산에서 지내다 20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여자분은 서울에서 쭉 나고 자랐다고 한다. 찐 서울러가 익산으로 오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나는 그 마음이 궁금해서 3일 뒤에 재방문했다. 그 이야기는 차차 풀어보겠다.



[에이씨비 : American Country Boy]

주소 : 전북 익산시 익산대로 70길 13 1층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a.c.b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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