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 쌍둥이네 분식
제 오랜 꿈이었어요. 음식 장사를 하는 건. 재밌어요. 재미있어서 계속해요.
어느 동네나 시장 하나쯤은 있고, 살다 보면 장 보러 갈 일이 생긴다. 우리는 늘 배고픔과 배부름의 시간을 번갈아가며 살아간다. 시간이 흐르며 시장보다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물건을 팔고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배가 허기지거나 마음이 허기지면 나갈 채비를 하고 시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쌍둥이네 분식'은 중앙시장 내 위치한 분식집이다. 떡볶이와 김밥, 납작 만두로 오징어채를 싸 먹는 시그니처 메뉴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요리를 해주는 사장님과 서빙을 해주는 사장님이 두 분이 맞이해 주신다. 늘 한 두 테이블 정도 가게를 채우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요리 사장님은 항상 정확한 동선으로 움직인다. 실내 주방과 실외 튀김기 사이를 분주하고 정확하게. 가게 내부의 기름기를 덜기 위해 발휘한 지혜일 것이다. 얼마 큼의 세월이 필요할까? 틀림없는 레시피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기까지.
십여분 정도면 주문했던 음식이 나온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떡볶이와 김밥이다. 나는 숟가락을 들어 국물과 떡을 같이 한입에 넣는다. 첫맛의 감칠맛과 뒷 맛의 달달함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양념 베이스에 파인애플과 사과를 갈아 넣어 이틀 숙성을 시켰다는 것은 올 때마다 사장님이 자랑해서 이젠 나도 외워버렸다.
틀림없이 적절하고 달콤한 떡볶이의 기쁨을 주는 사장님의 이름은 춘자다. 춘자의 떡볶이 역사를 알고 싶어 나는 종종 말을 건네게 된다. 춘자가 먼저 말을 건네는 날은 좀처럼 흔하지 않다. 근데 오늘 그 기회가 찾아왔다.
장춘자 : 오토바이 타고 왔나 봐요.
나 :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장춘자 : 어떻게 알긴. 헬멧 쓰고 왔잖아요.
나 : 떡볶이 빨리 먹고 싶어서요. 오늘도 떡볶이가 맛있어요.
장춘자 : 맛있지. 내가 맛있게 해요. 매일 과일 갈아서 넣고 숙성도 하고.
나 : 파인애플이랑 사과 말이죠?
장춘자 : 맞아요. 근데 처음에는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어요?
나 : 제가 여기 근처에 사는 사람이랑 친한데요. 친구가 소개해줬어요. 여기 있는 건 다 맛있다고. 맨 처음엔 저랑 친구랑 같이 왔었죠?
장춘자 : 그치. 그 친구가 여기 단골이에요.
나 : 가게 한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장춘자 : 15년도부터 했으니까 7년 정도 됐죠. 분식으로 바꾼지는 얼마 안 돼요. 원래는 아동복 가게를 오래 했죠. 15년인가. 그 전에는 또 내의 가게를 했고. 이 자리에서만 40년째예요. 근데 음식 장사를 해보고 싶더라고. 마지막으로 바꾼다 하고 신랑이랑 얘기했어요. 내 꿈이라고 하니까 그러라고 하더라고.
나 : 서빙 사장님이 남편분이시죠? 항상 두 분의 캐미가 돋보여요.
장춘자 : 미우나 고우나 이제 평생 같이 살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옆에 있으면 힘이 돼요. 내가 성질이 나빠서 퉁명스럽게 얘기해도 잘 받아줘요. 사람이 좋아. 그러니까 이렇게 오래 같이 살고 같이 일하지 싶어.
나 : 떡볶이는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장춘자 : 아는 사람한테 받았어요. 그 사람이 떡볶이 연구를 오래 했다 그랬거든요? 과일도 넣어보고, 설탕도 넣어보고, 물엿도 넣어보고 하면서. 그렇게 오래 연구해서 레시피를 개발했는데 아파서 떡볶이 장사를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럼 내가 해볼 테니 달라고 했어요. 웃돈 얼마 주고 산거죠. 남편도 떡볶이를 엄청 좋아했고요. 지금 생각하니 그 사람을 잘 만났지 싶어요.
나 : 고마운 분이네요. 그 덕에 제가 지금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있는 거잖아요.
장춘자 : 내가 맛있게 만들기도 해요. 전에 옷 팔 때는 만들어져 있는 거 파는 거라 좀 심심했는데 지금은 재미있어요. 제 오랜 꿈이었어요. 음식 장사를 하는 건. 재밌어요. 재미있어서 계속해요.
떡볶이와 춘자 씨를 번갈아 바라본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춘자 씨가 말한다. 나는 다시 떡볶이와 김밥을 먹는데 집중한다. 오늘은 몸과 마음이 다 채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