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3
부천 원미산 진달래를 보기도 전에
비 온다는 예보가 떴다
미루고 미루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온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속보에
마음을 모으느라 세수도 안 하고
TV 앞에 앉았다.
11시가 지나고 12시가 지났다.
여기저기 단톡방이 난리인데
글이 잘 올라가질 않는다.
카톡이 버벅댄다고 아우성이면서도
모처럼 화사해진 분위기다.
오후 두 시가 지나서야 세수를 하고
원미산 가는 버스를 탔다
문득 고개 들어보니
다음 정거장이 부천종합운동장이다
서둘러 내렸는데 내가 잘 모르는 거리다.
어차피 그 노선이란 생각에
버스 가는 길 따라 대충 걸었다.
왜 내 눈에 부천 종합운동장이 보였을까?
허깨비가 보이기는 너무 대낮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모처럼 햇볕 샤워하며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20분 만에 도착한 도로변 저쪽에
완전한 핑크가 가득했다
마침 기운 해 덕분에
역광 받은 진달래가 황홀하다
주중이고 아직은 근무할 시간인데
길마다 사람들이 넘실거린다.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찾는데
마침 꽃그늘에 서서
혼자 셀카를 찍는 사람이 보인다
“ 사진 찍어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
빠른 거절에 머쓱해져 걷다가
갑자기 빵 터졌다.
혹시 내가 든 카메라를 보고
사진 찍어 파는 카메라 우먼으로 착각하고
거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 예쁜 꽃자리에서
내 사진 담기는 틀렸다고 체념하는 순간,
내 앞에 흑진주 같은 미녀가 서있다.
콩굴리쉬로 용기를 발휘했다.
흔쾌히 내 카메라를 받아준 그녀는
물 만난 고기마냥 탄성을 지르며
욕심껏 셔터를 누른다.
진달래는 벙글 거야
얼어붙은 마음 위로 날아가~~
슬픔 속에서도 피어나는 꿈
핑크빛 사랑 새 봄을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진달래는 벙글었다.
눈이 부시다는 표현은 한참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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