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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간들

詩의 뜰-7

by 이종희

멈춰버린 시간들

-이종희


어둠에 출렁이던 기억이 부식된다면

잃어버린 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모든 슬픔의 방수는 바다가 끊긴

첫해부터 보장될 것이라고

앞다투어 긁어대던 물소리는

다 어디로 흘러간 걸까요


물안개로 흩날리던 요란한 소음은

백시멘트에 마감되고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던 슬픔이

수직의 틈 사이를 채울 때

쩍쩍 갈라져 조각난 미래를

만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하늘이 왈칵 쏟아지는 것은

남은 생이 화석이 되는 일입니다


4월이 가면 검은 바다는

은빛 펄에 매워져 반짝이고

항로를 개척하던

아이들을 떠나보낸 마음은

무심한 누수 속에

하얗게 바래질 수 있을까요


다시는 오지 않을 봄이

방수층을 투과해 눈이 부실수록

더욱 또렷해진 모서리의 노란빛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위로가 위로가 될 수 없는

내구성을 이해하시고

차라리 무성한 침묵으로

번식해 주시길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빛이 허둥대는

물줄기에 바스러진다 해도

이 생애는 깊은 바닷속에

수장된 리본이 건조되어

노랑나비로 승천한다는

소식은 전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11주기를 묵념하며...

[멈춰버린 시간들] 노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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