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가는 길-1
바람이 불었습니다.
남쪽 바다를 건너온 바람 속에는
오래된 섬 냄새와 파도 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그 바람을 따라,
저는 다시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서 있습니다.
2001년 늦가을,
처음 고향홈에 닿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세월의 강을 건너온 온라인 공간은,
바다 건너 섬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였습니다.
1996년에 문을 연 우리 고향홈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창 찾기를 비롯해,
수많은 사연과 추억들이 쌓이는
거대한 이야기의 항구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잃었던 친구를 만났고,
누군가는 스러져 간 기억을 불러내어
글 속에 새겨 두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시간 속에서 고향 홈지기로 살아온 지
어느덧 20여 해가 지났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지만,
고향홈에 남겨 둔 수많은 글들은
결국 저의 삶을 담아낸 또 하나의 연대기였고,
그 기록들은 잊힌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작은 등불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번에 연재할 「고향으로 가는 길」은
몇 해 전, 바람 불고 비 내리던 날씨 속에서
고향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백파에 요동친 바닷길,
오래된 돌담,
바람결에 흔들리던 감잎 한 장까지…
그 모든 장면들이 제 안에서 소리 없이 말을 걸어왔고,
저는 그 기억의 속삭임을 따라
지금까지 써 내려온 글들을
다시 모아 엮었습니다.
잠시 시간을 느리게 설정하시고
빛바랜 풍경 속에 머물다 가세요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람에 실린 추억이 코끝을 스치는 그 순간,
한때 빛나던 시간이
고요히 깨어날지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목차]
1. 프롤로그
2. 야간열차(2015)
3. 그 섬에 갇혀 중에서 (태풍 매미 2003.10)
4. 황토 마당 멍석은 지금도(2025.7)
5. 내 친구들(2001.11)
6. 서고지 (2022)
7. 엄마의 자리(2014.9)
8. 항아리 (2024.8)
9. 낭끄터리(2001)
10. 웃서고지 오르는 길 (2008.1)
11. 유년의 등불 아래 (2018)
12. 유년의 숲(2012.7)
13. 섬마을 동화(2025.9)
14. 잃어버린 날개 (2021)
15. 아버지(2001.12)
16. 하벽강(霞壁江)(2023.9)
단편으로 읽으셔도 무리 없게 설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