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로 이어진 빛과 어둠

사랑은 나팔꽃으로

by 애린 이종희

한 뿌리로 이어진 빛과 어둠


이른 아침,

베란다에서 마주친 나팔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시들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렇게 빨리 시들어야 할 이유라곤,

동이 트기도 전에 먹구름이

어제의 하늘빛을 지운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가만히 나팔꽃을 보고 있노라면,

급하게 피었다가 조용히 시들어버린 감정들이 떠오른다.

미움조차도 잠시만 시간을 잠재우면,

무엇 때문에 울컥 했는지조차 희미해진다.


미움이 사랑이 남긴 그림자로 자랄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과 미움은 같은 뿌리에서 돋아나기 때문이다.

순수가 다르게 해석되거나,

배려가 자리를 잡지 못할 때

사랑은 너무 아프고 서럽다.

그대에게 향한 마음이 진심일수록

나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번져간다.


그래서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찰나의 어둠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연습을 한다.

서운함이 찾아오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지 못해도,

나팔꽃이 어제를 잊고 피어나듯 나도 그랬으면 한다.

하지만 나쁜 기억은 때때로 꿈처럼 몰래 스며들어,

지난날의 소란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 버린다.


아무리 살갑게 지내는 사이일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 순환의 원리가 다시 그늘을 지우고,

햇살을 펴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비어 가는 것은

내 감정의 ATM이 아니길 바라며

나는 다시 내일의 나팔꽃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