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날의 서정

편지

by 애린 이종희

푸른 날의 서정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음을 쓰다가,

지우고 또 쓰느라 하얗게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세상 저편의 소식은 오직 편지만이 전해주는 것처럼,

온종일 우편배달부를 기다린 적이 있다.


내 감성이 빛나던 시절,

나는 골목 풍경이나 계절의 흐름을

문장으로 그리길 좋아했다.

책갈피에 말린 풀잎을 넣어 우표를 붙이기도 했고,

마른 꽃잎 위에 마음을 채워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다.


백지 위에 또박또박 적은 해맑은 순수가

친구의 마음에 가닿길 바랐고,

내 편지를 읽은 친구가 이왕이면

빙그레 웃어주었으면 했다.

그런 내 진심이 헛되지 않았던 것일까.

친구는 내가 보낸 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고 했다.


이제는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빗방울 같은 서정을 풀어낼 수 없고,

쓴다 해도 편지를 부칠 주소가 없다.

내 아쉬운 상실을 하늘도 예감했던 것일까.

아무리 그리움을 풀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에서

나는 가만히 투명한 가슴을 적는다.



친구야, 잘 지내지?

유난히 예쁘게 나풀거린 나비 한 쌍을

사월은 너무 부러워했지.

그 빛나는 계절에 너랑 함께여서 나는 참 좋았어.

그때는 너무 어렸는데 어른 같은 너를 기대했나 봐.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

우리의 샛별 같은 추억은 먼 곳에서도

서로를 향해 비추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