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존재의 일부

고구마 주름

by 애린 이종희


또 다른 존재의 일부


뚝배기에 물을 채우고 고구마순을 키우기 시작한 지 열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줄기와 잎이 허공을 복잡하게 뒤덮어 잘라냈지만,

그럴 때마다 고구마순은 오히려 더 힘차게 새순을 내며 자랐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매일 뚝배기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신경 쓰게 되었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이제는 가을까지 왔다.

이 가을마저 흘러가면 내 손에서 자란 고구마순은 어느덧 한 살이 된다.

사람의 나이로 치자면 이미 여든이 넘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고구마는 깊은 주름이 늘었고,

그 모습에서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그제야 알았다.

고구마순이 물만으로 살아온 게 아니듯,

내 수고와 애정이 담긴 손길도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가 정성껏 키운 무언가는 결국

내 것이면서도 또 다른 존재의 일부가 되고,

뜻밖의 추억이 되어 가슴에 남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