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세요”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쉽게 건네지 못한다.
나 역시 삶에 치여 바빴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마음 한 귀퉁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다짐을 잊은 채 살다가
결국 부모님처럼
먼 여행길에 오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숨 가쁘게 지나던 그때,
아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머릿속엔 온통 엄마 생각뿐이었다.
하루 종일 눈망울이 그렁그렁하다가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가,
야윈 엄마의 등을 조용히 끌어안았다.
엄마의 체온은 천년만년 피어있을 것처럼
어쩌면 그렇게 따뜻했는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는 엄마를 보면서도,
내 눈물샘이 터져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나는 진심을 꼭꼭 숨기기에 바빴다.
그래서일까.
가을 공기가 부스스 깨어나고, 온 세상이 붉게 물들면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 아래 만개한 꽃무릇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인다.
“엄마,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