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_수선화에게

FEB 15. 2018

by AERIN



수선화에게 by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를 걸어가라


아프다는 핑계로 침대 밖을 거의 나가지 않았다.

필사할 시를 곱씹어 보다

삐뚤어진 마음에 따져 묻고 싶었다.


눈길을 걸어가야 하나요?

빗길은 더더욱,

안 걸으면 안돼요?


베개에 올려놓고 쓴 내 글씨들처럼

오늘은 내 마음이 참으로 삐뚤다.



#1일1시 #100lab #정호승 #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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