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9. 2018
밤의 공벌레 by 이제니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하염없이 얼음을 지칠 테다. 지칠 때까지 지치고 밥을 먹을 테다. 한 그릇이 부족하면 두 그릇을 먹는다. 해가 떠오른다. 꽃이 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 지금이 몇시일까. 왕만두 찐빵이 먹고 싶다. 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밤의 공벌레야. 여전히 너도 그늘이구나.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죽었던 나무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알았다. 틀린 맞춤법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부끄러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행 짐을 싸다 시간을 보고
허겁지겁 필사를 시작했다.
침대에 걸터앉아
급하게 읽으며 써내려가니
무슨 이야기인지 알쏭달쏭한데
처음과 끝에 반복되는 이 말만
머리에 맴돌고 있다.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온 힘을 다 안하는 거 같은데,
그것도 틀린 맞춤법 같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덧..,
누군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하고
누군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말라하고
누군 나중에 하겠다 미루지 말라하고
하라 마라 하라 마라..
요즘은 이런 말들이 너무나 싫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살면..
땡깡이지만,
좋은 것만 하고 살았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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