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6. 2018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by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사랑이 되고 싶다.
내가 누군가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그리하여 나에게로 와 전파가 된 것처럼
그가 나의 마음 속 버튼을 눌러주고
그에게로 가서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요즘은 필사 시가 전부 애닯게 느껴질까.
계속 그랬었나.
그랬는데 내 감정이 더 짙어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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