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웃는다

민낯으로 기대어 울 수 있는 우리가 되길

by AERIN


웃는다.

내 마음은 내내 울고 울어 지쳐있어도
입꼬리를 잡아당겨 방긋 웃는다.

순간순간 시간의 조각들이 치고 올라오면
덜컥 마음이 주저앉아 얼음이 되니까.

조금의 틈도 내주지 않으려
이리저리 몰아치며 틈을 매운다.

그렇게 마음과 달리 웃고 있는 내가 괴물 같아서,
또 웃는다.

당신과 함께일 때
다 내팽개치고 붙잡고 펑펑 울고 싶은데
바닥까지 무너져가는 모습 보이기 싫어서
한껏 웃는다.

매달려 질척이는 지친 나를 보면 도망갈까 봐,
고개 돌려 시답잖은 이야기에 나를 밀어 넣는다.

이러다 보면..
다시 예전처럼 웃는 내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웃고 있는 내가,
새로운 시간의 조각들이 점점 늘어가지 않을까..

조금씩, 점점 늘어나리라..
믿는다.

믿고 싶다..


이런 나는,
밖으로 꺼내 우는 법을 잃어버렸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멍청이처럼..

가면놀이.
솔직하지 못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



매거진의 이전글#22. 감정과 마음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