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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tuti May 19. 2020

코로나 이후 사라지는 것들

뭣이 중헌디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페닉 바잉을 하면서 화장지와 손 세정제등이 없어졌다는 소식은 익히 들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도시가 락 다운되는 초기 우리는 화장지와 손 세정제를 비롯해 제지용품인 페이퍼 타월, 아이들 기저귀, 여성 생리대, 성인용 기저귀, 세정 용품인 락스, 비누, 세제, 주방세제 등과 위생장갑, 알코올, 체온계 등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각종 비타민과 건강보조제, 감기약, 타이레놀과 에드빌 등 해열제가 마켓에서 사라졌다. 식품 중에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쌀, 콩, 라면, 국수, 스파게티 소스, 야채 통조림, 통조림 수프, 햄 통조림, 커피, 감자, 양파들이 빠른 시간 내에 사라졌고 냉동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빵, 고기, 냉동 주스, 냉동피자, 냉동야채 등도 빈 진열대를 드러냈다.  허리케인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가 아니라 상하수도 시설이 망가질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수가 사라졌다. 냉동 주스는 동량의 물을 섞어 주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싸구려라 인식되기에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선 냉동 주스를 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이번 사태엔 비타민 C를 공급하는 주스를 오래 보관하고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냉동 주스마저도 사라졌다.


대학 때 등산을 즐기던 나는 오랜 기간 살아남으려면 초콜릿과 과자 등 고칼로리의 단 음식이 먼저 마켓에서 사라질 거란 예상을 했지만 오히려 초콜릿, 사탕, 과자, 갑자칩, 과일젤리, 꿀, 잼, 피넛버터, 과일통조림, 아이스크림 등은 진열대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 건강하게 먹어야 코로나에 걸려도 살아남을 꺼란 생각이었나 보다.  이스터를 맞아 초콜릿과 캔디 상품을 출시했던 회사들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동양인의 입장에서 참 재미있는 게 빵이 주식인 미국인들이 빵이 사라지자 곧이어 밀가루, 설탕, 식용유, 이스트 등 빵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빵의 재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싸우워브레드를(천연 발효빵 -5일간 발효종을 만들어 굽는 빵) 만드는 방법을 검색하고 공유하기 시작했고 열흘 후부턴 epic fail 사진과 동영상들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냉동새우나 연어 등 생선 필렛, 생선, 참치 캔, 정어리캔은 그나마 천천히 없어지거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회가 시끄러워 지자 폭동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총기와 총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총알을 만드는 기계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타라 웨스트 오버의 책 "배움의 발견"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구입했다는 그런 총알 만드는 기계 말이다.


이런 상황에 술이라도 있어야 견디는지 술을 판매할 수 있는 리쿼 스토어는 에센셜(필수) 산업에 해당하여 슈퍼마켓들과 함께 계속 가게를 열 수 있었고 술 가격이 20% 정도 오른데도 불구하고 주류 판매량이 50% 이상 치솟았다. Wine.com 이란 온라인 와인 샾은 신규회원이 578%가 늘었다고 한다.

https://www.forbes.com/sites/joemicallef/2020/04/04/how-the-covid-19-pandemic-is-upending-the-alcoholic-beverage-industry/#46836d5a4b0b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미용실, 네일 샾을 갈 수 없게 되자 염색약, 바리깡(전기 클리퍼), 매니큐어의 판매량이 치솟았다.

미국엔 원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없었기에 어디서 마스크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천 마스크라도 써야지 전염을 줄일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사람들이 집에서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고 고무밴드와 미싱이 사라졌다. 곧 사람들은 고무밴드 없이 만드는 마스크 패턴을 인터넷에 올렸다.

학교가 닫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직장을 못 가는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소일거리로 Art & Creft를 하기 시작하자 물감, 붓, 스케치북, 자수 용품, 컬러링 북, 바늘과 부자 제등 거의 모든 미술용품이 사라졌다. 가족과 함께 지내고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보드게임과 퍼즐 아이들 장난감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다.


거의 망해 가고 있던 Bed Bath & Beyond는 매장을 닫고 온라인 판매만을 하고 있는 동안 집에서 삼시 세 끼를 해결해야 되는 사람들이 음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제빵기 등 주방기구 판매량이 늘면서 주식이 70% 뛰기도 했다.


공공시설을 통한 전염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선 공원의 농구골대에 골을 없애고 공중 화장실과 테니스장을 걸어 잠그고  놀이터와 식수대를 사용 못하도록 노란 띠를 두르고 비닐로 뒤집어 쒸었다.


남편의 회사에선 탕비실에 공동으로 쓰던 냉장고, 전자랜지, 커피머신, 생수통을 없애고 각자 마실 것과 데우거나 냉장 보관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간식과 도시락을 싸 오라고 했다.


헬스클럽을 닫고 집에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으니 홈트레이닝 용품들이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덤벨, 요가 메트, 폼 롤러, 스테퍼 등 작은 운동용품부터 러닝머신, 자전거 머신 등 큰 운동용품도 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진열대에서 아령과 운동용품이 사라졌다



밖에 나갈 일이 거의 없어서인지 선크림과 향수의 판매량은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줄었다고 한다.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계속 애완동물과 놀아 줄 수 있어서인지 애완동물용 장난감은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도축 업장 직원들 사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자 소고기 닭고기 육가공 공장들이 문을 닫고 소고기 부족 현상이 일어나자 햄버거 가게 웬디즈에선 버거를 판매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신 치킨너겟을 세일 가격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했으나 햄버거 가게에 햄버거가 없는 아이러니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코로나 사태가 2달 넘게 계속 진행되는 요즘 내가 살고 있는 테네시 주를 포함해 많은 주가 다시 조심스레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하는 영화관이나 콘서트를 비롯해 운동경기는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80년대처럼 자동차 극장이 다시 인기를 끌 거란 예상도 한다.


미국에선  다음 주 월요일 5월 25일 메모리얼 데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고 여긴다. 평소 같으면 모두들 연휴에 어디로 놀러 갈까 생각을 하고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여름 캠프를 계획하거나 수영팀을 등록 해 방학 동안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계획할 시점이다. 하지만 올해엔 아직도 수영장마다 정부가 알맞은 지침을 내려주기 전 까진 언제 수영장을 열지 계획이 없다고 하고 해변을 연다고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에게만 허용이 되거나 물에 있지 않을 경우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들 한다.


미국에선 아이들의 스포츠 산업이 큰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를 과외 활동으로 하고 있었고 프로로 가는 길이 좁지만 소위 싸커 맘(soccer mom)이라 불리는 부모들은 일주일에 최소 2회의 저녁시간과 매주 주말을 아이들의 운동 연습과 경기를 따라다니고 많은 돈을 들려 아이들에게 스포츠 장비와 개인 코치와의 수업을 지원해 주었다. 학년이 높아지고 실력이 좋아져 타 지역으로의 원정경기를 하게 되면 이동비, 출전비, 호텔비, 식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아이들의 체육활동을 열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대학을 운동 장학생으로 보내는 집의 경우 매년 5만 불에서 많게는 12만 불까지 아이의 운동에 투자한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스포츠 산업은 미국의 내수경기를 돌리는 큰 사업 중 하나였다. 얼마 전 방송에서 닥터 파우치에게 여름 동안 아이들의 체육활동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어떤 스포츠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을학기가 시작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스포츠 팀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대답을 들었다. 테니스와 같은 거리감을 두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나 할 수 있을 꺼란다. 아니나 다를까 스포츠용품을 파는 아카데미에는 자전거, 놀이터, 트램펄린 등 아이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야외활동 용품이 매진되어 있었다.

자전거와 자전거 용품들이 사라진 진열대. 어린이용 자전거 수리용품 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조립형 놀이터와 트램폴린 바코드가 적힌 티켓을 가지고 계산대에 가져가 계산하고 밖에서 차에 싣고 가지만 모든 제품이 다 품절되고 비어있다.


숲과 강과 호수가 많은 이 지역에선 캠핑용품, 낚시, 배 등 아웃도어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남부에선 웬만한 아파트들은 다들 공용 야외 수영장이 있지만 공영 수영장 사용을 꺼려해 잔디밭에 두고 쓸 수 있는 개인 수영장의 판매가 늘어날 예상이다.

천불 정도면 이런 수영장을 마련할 수있지만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아직 걸리지 않은 우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러 나가면서 아직도 이런 게 없구나... 이번 주엔 이런 게 또 안 보이는구나 생각하며 불편해 할 수 있지만 가장 사회적 문제가 되는 건 아마도 사라진 일자리와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일 것이다.

마블 엔드게임에서 사람들이 사라지듯 벌써 미국 전체에  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14.7%라는 어마어마한 실업률은 올여름 졸업하는 2020년 졸업생들에게 대공황 시절 이후 최악의 취업란을 겪을 것을 예고한다. 2020년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이들에게 일자리를 잃은 부모님과 30%의 사라진 학자금은 대학 진학 포기 또는 연기를 뜻한다. 공연을 하던 연극인들과 음악가들에겐 무대가 사라졌고 공유경제를 지향하던 Lyft, Uber, WeWork, airbnb는 시장이 사라졌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JCPenney, Neiman Marcus, 의류 브랜드 J. Crew, 헬스클럽 Gold Gym, 트럭회사 Camcar Industries, 랜트카 회사  Hertz가 파산을 신청했다. 또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올 한 해 동안 사라지고 그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인가?


사라지는 이 모든 것들을 붙잡아 보려 해도 그저 안개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 지나가 버린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온다고, 진정한 21세기의 시작은 3개월 전 시작됐다는 지성인의 말에도 이성은 버그가 걸린 프로그램 마냥 삐그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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