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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tuti Dec 25. 2020

신년 계획과 토정비결

세상의 파도에 나를 맡기다

한 해가 가고 또 새해가 다가오면 올해 못 지킨 나와의 약속이 많음에도 또 다음 해 계획을 세워보고 올해처럼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가 닥쳐와 내 의지와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또 다음을 기약하며 앞날을 기대해 보기 마련이다. 


자신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로 천간과 지지를 찾아 여덟 글자를 만드는 사주팔자는 자신이 우주의 타고난 운을 말해 준다고 한다. 의학이 발달 해 유도분만을 할 수 있게 된 이후엔 앞으로 태어 날 아이를 위해 좋은 날짜와 시를 잡아 아이에게 좋은 사주를 선물해 주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유도분만을 하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시간보다 늦게 또는 빨리 나와 그 원하는 때를 놓치는 경우도 가끔 일어나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완벽한 사주팔자를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해도 완절 무결한 사주팔자는 만들 수가 없다고 차이 나는 클라스에서 이명현 교수는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신은 공평하시기에 모든 이에게 부족한 점을 주시고 또 강한 점을 주셔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게 하신 것임에 틀림없다. 


태어난 년도는 초년, 월은 청년, 일은 중장년,  시는 말년을 뜻한다.  또한 년은 조부모, 월은 부모, 일은 자기 자신과 배우자, 시는 자식을 뜻하기도 한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를 생각하면 조부모를 잘 만나면 초년 운이 좋고, 부모까지 잘 만나면 청년 운 까지 좋고, 배우자를 잘 만나면 중 장년이 잘 풀릴 수 있고, 자식이 잘 되면 말년이 편안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TIME 지에서 꼭 읽어야 할 2020년도 100권의 책 안에 선정된 '82년생 김지영'에서 볼 수 있듯이 몇 년도에 태어나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일본에서 가장 꼬인 세대라고 하는 아라포 세대는 대략 19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로 일도 돈도 결혼도 안 풀리는 세대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변혁을 일으킨 이들이 태어난 년도를 살펴보더라도 역사의 수직선 속에 규칙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시기에 몰려서 태어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노력보단 세상의 운이 우리의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듯하다.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상을 탄 영화 포레스트 검프, 그리고 한국의 포레스트 검프라 할 수 있는 국제시장에서도 주인공들은 각 나라의 현대사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그때쯤 태어난 사람이라면 같이 공유하고 겪었을 만한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얻어낸다.  같은 해에 태어난 이들이 같은 초년 운을 타고나는 것은 이런 같은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기 때문일 테다. 


말콤 글레드웰의 책 '아웃라이어'에선 뛰어난 하키 선수의 생일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각 학년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사람들일수록 덩치가 크고 운동신경이 뛰어나 12개월 늦게 태어난 동급생 친구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롯 운동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성적을 보면 3월 생들이 소위 말하는 빠른 년도 생보다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다. 저학년에선 그 차이가 미미하나 초등학교 고학년인 4학년이 되는 순간 추론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과목부터 생일이 늦은 아이들은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경향을 보인다. 4학년은 첫 번째 수포자가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신체가 자람과 동시에 뇌 또한 부위별로 자라는 시기가 다르다. 소위 사춘기의 절정이라고 하는 중2는 뇌가 폭발적으로 자라는 시기다. 다른 부위의 뇌에 비해 전두엽이 늦게 발달함으로 그 차이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 아이들은 때론 감정적이고 때론 폭력적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는 또한 아이들의 성적이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두 번째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또한 생일이 늦은 학생일수록 낙제점을 받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낙스빌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유치원 입학 생일 허가 날짜를 지난 5년간 5월 생에서 8월 15일 생으로 서서히 늦쳐 왔다.(우리 동네는 8월 첫 주에 첫 학기가 시작한다.)


토정비결은 이 사주팔자에 그 해의 연도와 각 월에 해당하는 괘를 집어넣어 그 한해의 길흉화복을 점춰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주팔자를 다시 바라다보면 처음에 내가 태어날 땐 내가 골라서 좋은 집에 좋은 부모와 좋은 시대를 만나 태어날 수는 없어도 살아가면서 각자 하기에 따라 내 인생이 점점 내가 내린 선택에 따라 모양이 잡혀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0년을 주기로 대운이 바뀌기에 초년이 아주 좋아 정점을 찍은 이는 그 이후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나머지 인생 내내 내리막 길을 걷는 운이 나오게 된다. 우리의 인생은 길기에 인생에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말년운이 좋은 것이 더 좋은 사주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흑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생일수록 앞으로 더 운이 피고 기운이 상승할 것만 남아있기에 그리 나쁜 사주라 할 수는 없다. 이렇게 조상운이 별로 없는 이들은 대체 자수성가를 한다고 써져 있다. 부모 원망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요즘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듣고, 또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엔 무언가 실패를 하면 내가 노력을 덜 해서, 내 실력이 모자라 서라 생각했는데 이젠 때를 잘 못 만나서, 우주의 기운이 나와 맞지 않아서 내가 잘 안된 경우, 또는 내 실력과 노력은 다른 경쟁자들과 별반 다름없음에도 운이 나와 맞아서 잘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나이를 먹으면 먹어갈수록 느낀다. 그래서 이런 운명을 받아들일 때 자만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겸손해지기도 하고 실패 앞에서도 상처 받고 좌절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희망을 가지게 된다. 


노아의 방주와 커다란 범선의 차이는 그 크기에 있지가 않다. 방주가 방주라 불리는 이유는 거기엔 배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노 또는 돛이 없어 배에 탄 사람 임의로 방향을 정해 나아가질 못한다. 오롯이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의 인도하심에 몸을 맡긴 체 파도와 거샌 비바람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아가 그냥 손 놓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려 120년 동안 노아는 방주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해다 나르고 썰고 다듬고 못질을 했고, 방주가 완성된 이후에도 방주에 태울 모든 동물을 먹이기 위해 자신과 식구의 식량과 모든 동물들의 식량을 모아 날랐다. 


앞으로 닥칠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하루하루 내 자리에서 요행을 바라지 않고 내 할 일을 충실히 하며  앞날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 혹 내 계획과는 다른 결과가 내게 주어지더라도 낙담하거나 우쭐대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하나님과 내 이웃과 가족 친지에게 그 공을 돌리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 내 인생을 맡기며 세상의 에너지와 공명을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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