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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tuti Feb 04. 2020

6화:오감을 열어라-놀이

문자 교육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필수 단계

몇 년 전부터 한참 인기가 있는 액체 괴물이라 불리는 슬라임을 가지고 몇 시간이고 정신없이 놀다 옷에 떨어뜨려 범벅을 만들어 놓는 아이를 보면 참 한심하단 생각이 드는가? 직접 가지고 노는 건 그렇다 치고 슬라임을 만들고 가지고 노는 YouTube 영상을 한참 쳐다보며 '찰팍찰팍' 그 소리를 즐기는 아이를 보면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드는가? 다른 아이들은 한글 공부를 하고 피아노를 치고 미술 공부를 하는데 내 아이는 왜 도대체 이 모양인가 한 숨을 쉬어 본 적이 있는가? 비 오는 날 흙탕물에서 첨벙거리다 신발이고 양말이고 홀딱 적셔 오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는 모습이 나에게도 있는가?

만약 당신의 자녀가 그렇다면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아이는 아주 건강하고 아이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촉감과 시각, 청각, 후각을 통해 수많은 자극을 받고 뇌를 발달시키며 스트레스를 풀고 상상력을 키우고 있는 과정이니깐.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아이가 아이일 때 더 많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어라.


캥거루 케어라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숙아에게 있어 그 어떤 치료보다 아이의 빠른 성장을 돕는 것이 바로 피부와 피부가 맞닿아 안아주는 캥거루 케어이다. Claudia Aguirres는 Ted 강의에서 그녀의 환자들을 바탕으로 어떻게 피부가 우리의 뇌와 연결되어 있고 마음의 상처가 피부병으로 나타나거나 피부를 통한 좋은 기분의 접촉으로 인해 마음의 병이 치유가 되는지 말해준다.


https://youtu.be/Rat1n34l_wI

많은 엄마들이 한글 공부는 언제 시작하지요? 영어공부는 언제 시작했어요? 몇 살부터 피아노나 악기 교육을 시작해야 하나요? 하고 질문하지만 그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오감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선 간과한 체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각종 장난감을 사 주는 걸로 대신한다. 그나마 같이 놀아주지 않더라도 오감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장난감을 사다 주고 맘껏 놀도록 하면 다행이다. 미취학 아동들의 대부분이 밥 먹을 땐 스마트 폰 없이는 밥을 먹지 않고 티브이나 스마트 폰, 태블릿 피씨의 동영상이나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선 발달 지연 아동들을 상대로 진행되었던 미술치료, 놀이치료, 음악치료들이 미국에선 교육 또는 놀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소개된다. 만 0세-5세 아이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Mother Goose 프로그램에선 자기 소게 이후 음악과 첸팅에 맞춰하는 베이비 마사지를 시작으로 부모와 짝 맞춰 스트레칭, 구르기 등 신체 활동을 하고 박자에 맞춰서 손뼉 치기, 걷기, 뛰기, 방향 바꾸기, 한 발로 뛰기, 균형 잡기 등 육체 활동과 리듬 악기를 이용한 두드리기, 흔들기, 피리불기를 통해 다양한 박자감과 페턴을 익혀간다. 그리고 함께 하는 게임을 통해 협동심과 배려심을 키우고, 놀이기구를 정리하는 것을 통해 규칙을 배운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어떻게 뛰기를 할까? 아주 어린 아기는 보호자에게 안긴 상태로 보호자가 박자에 맞춰 걷거나 뛰면 아이가 흔들림을 통해 그 박자를 느낀다.

지역 도서관이나 교회에서 진행되는 마더구스 프로그램  사진https://www.beamanlibrary.org/index.php/children/ongoing-programs

 유치원 입학을 앞둔 큰 아이들은 자신의 인형을 가져와 다른 부모들이 아기에게 베이비 마사지를 해 주는 것처럼 자신의 인형에게 베이비 마사지를 해 준다. 어린이집처럼 나이 때를 나누지 않아도 모두가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중간에 우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눈치를 주거나 당황해하지 않는다.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되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언어, 음악, 소근육, 대근육 발달, 페턴(수학), 색깔, 사회성, 호기심, 규칙 등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날 들은 그곳에서 배웠던 것을 집에서 아이와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하며 발전시킬 수 있다.

나는 이런 무료 마더구스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에서 접할 수 있었고  2주마다 모여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까지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마더구스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이들(3-13세)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문자 교육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 또한 이 마더구스이다. 그럼 왜 영어 문자 교육 이전에 마더구스 또는 감각 놀이일까? 외국어를 배우려면 모국어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과정의 순으로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거기에 유념하며 처음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만약 영어를 배운 다면 첫 해에 배울 만한 단어를 나열해 보자.  아래에 나온 단어들을 발음해 보자.

apple, girl, teacher, piano, pencil, hamberger, computer, doctor, Korea

애플, 걸, 티쳐, 피아노, 펜슬, 햄버거, 컴퓨터, 닥터, 코리아  하고 발음하셨다면 참 잘하셨다.


그렇다면 아래 단어들을 발음해 보자. 각 단어가 몇 음절인지 생각해 보고 발음 해 보라.

school, bird, dog, boy, table, chair, student, face, tree, food, pink, yellow, red, name, dance, speak, love, spaghetti


(1), 드(1), 그(1), 테이블(2), 어(1), 스던트(2), 페이스(1), 트(1), 드(1), 핑크(1), 뤠드(1), 임(1), 스(1), 스크(1), 브(1), 스파티(3)


영어에는 '으'발음이 없다. 한국말에선 자음과 자음이 이중으로 나올 경우 '으' 발음을 넣어 줘서 한 음절이 되지만 영어에선 자음이 여러 개 나온 후 모음 발음이 하나 나올 때까지 한 음절로 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끝이 s, t, p, v, k, d, g처럼 자음으로 끝날 때 한국말에선  '으' 발음을 넣어 줘서 한 음절이 되지만 영어에선 음절로 쳐 주지 않는다.  ow 나 oy는 오우, 오이처럼 우리말에선 두 음절이지만 영어에선 한 호흡에 내쉬며 발음하기에 한 음절로 쳐 준다. bl, pl 등의 이중 자음은 모음이 없어도 한 음절처럼 들리므로 음절로 쳐 준다.(table에서 e는 묵음 e라서 모음 소리가 없다.)

그래서 영어나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의 외국어 노래는 한 박자에 우리나라 말로 치면 여러 음절이 들어갈 수 있다. 김동률은 이런 이유로 작곡 작사가로서 외국어 노래가 더 아름답게 들릴 때가 있고 한국말 노래를 작사 작곡할 때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이런 발음의 차이를 문자로 처음 접하기엔 사이트 워드파닉스도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힘들다. 듣기 CD나 mp3를 반복해서 듣는다거나 동영상을 자막 없이 듣는다고 해서 이런 언어적 차이를 감각적으로 알아채고 배우기란 쉽지 않다.

영어 노래 또는 단어에 맞춰 따라 부르거나 읽으며 한 음절에 한 걸음씩 걷기 또는 박수치 기를 통해 단어들의 음절을 구분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자연스러운 발음을 할 수 있게 된다. 1음절 단어가 아니라면 영어엔 악센트(스트레스)가 있다. 한 음절에 한 걸음씩 걸으며 손으로는 스트레스가 있는 음절에 박수를 쳐 준다. 음절은 바람이 나가서 소리를 내는 횟수를 뜻한다.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그 단어에 어느 부분에서 가장 힘을 주어서 발음을 하는지를 뜻한다. 아이들이 발음을 하면서 몸으로 직접 힘의 변화 음절 끊김의 변화를 알고 그것이 익숙 해 졌을 때 문자 교육에 들어가야지 아는 내용(소리)을 모르는 내용(문자)에 접목시켜서 이해도가 높아진다. 소위 경상도 사람들은 사투리 발음이 억세서 영어를 발음할 때도 경상도 발음으로 영어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서울 사람에 비해 영어를 하는데 불리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나라 말 중에서 유일하게 스트레스, 중국어로 치면 성조가 남아있는 말이 경상도 말이다. '가가 가가'와 '가가 가가가'를 정확히 발음하고 해석할 줄 알고 'e의 2승'과 ' 2의 e승'을 구분하여 발음할 수 있고 듣고 받아쓸 수 있는 경상도 사람은 영어를 할 때도 장음과 단음의 소리를 호흡의 길이로 구분을 할 수 있고 스트레스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럼 단어만 음절을 구분할 줄 알고 스트레스가 어디 있는지 잘 알면 문자 교육을 할 준비가 끝난 것일까?

Knoxville 식물원의 어린이 프로그램- 밭에 열린 호박을 맨손으로 따기엔 너무 따갑다

그렇지 않다. 이젠 다양한 표현을 익힐 차례다. 다양한 표현은 경험에서부터 나온다. 내가 손 끝에서 느낀 질감, 온도, 날씨, 냄새, 그 날의 기분 그런 것들의 차이점을 알고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만 문자를 받아들일 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을 문자를 통해 배울 때 내 머릿속엔 예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이 그려지고 그때 느꼈던 것이 전해지며 짧은 시간 내에 문자가 내 머릿속에 입력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동의어라고 불리는 다양한 비슷한 단어들의 뜻을 구분할 수 있어 적시 적소에 딱 알맞은 단어들을 골라 집어넣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추상 단어를 익힐 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마련이다. 우리가 정수를 이해할 때와  퀀텀 이론을 이해하려고 할 때 차이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낙스빌 식물원에서는 봄에서 가을까지 매주 아이들을 위한 생태계 수업이 진행된다. 이 곳엔 아이들이 직접 가꿀 수 있는 채소밭과 꽃밭이 있다.  아이들은 씨를 심고 빗물 저장 탱크에서 물을 받아 물을 주고 지렁이 퇴비상자에 밥을 주고, 밭에서 직접 수확해 맛을 보고, 곤충과 새를 관찰해 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가든인 이 곳에서 아이들은 병충해를 직접 보기도 하고 자연비료로 쑥쑥 자라나는 야채와 과일을 마주한다. 매주 주제에 맞춰 매주 만들기나 미술, 과학 활동을 하고 주제에 관련된 책을 선생님이 읽어주신다. 자연은 완벽한 선생님이다. 봄철 아이들은 비 오기 전 공기의 냄새가 변화하는 걸 배운다.  비가 막 내리기 시작할 때 같이 비를 맞으며 작은 곤충들이 어떻게 비를 피하는지 관찰한다. 한 여름 창고에 대피해서 하늘을 쩍쩍 가르는 번개를 바라보며 슬레이트 지붕 위로 세차게 굵어졌다 여려졌다 하는 빗줄기 소리르 듣고, 태풍이 지나 간 다음 주엔 바람에 쓰러져 넘어져 있는 작물들을 같이 일으켜 세워주며 바닥에 체 익기 전에 떨어진 작물과 흩날린 꽃잎들에 안타까워 안다. 한겨울 퇴비 상자가 얼마나 따뜻한 김을 내는지 배우고 다 익은 퇴비의 달콤한 향기를 배운다. 심지 않은 씨앗이 퇴비와 섞여 밭 한가운데 자리를 잡아 커 가는 걸 보면서 인종의 다양성과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아름다움도 이야기한다.  

면도 크림으로 그림 그리기-몬테소리 방법대로 싫증이 나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실컷 놀도록 내버려 둔다.

놀이와 책은 항상 같이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 책을 읽은 걸 놀이를 통해 경험 해 느껴보고 놀이로 경험해 본 것을 책을 통해 단어로 아이에게 느낌을 언어로 바꾸어 알려준다.


아이와 같이 요리를 해 보면 아이가 야채를 가리는 것도 없이 밥을 잘 먹는다. 그만큼 자신의 애정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텃밭을 만들어 봄에 올라온 아스파라거스를 직접 처음 따 먹어 본 이후로 아들 기쁨 이는 아스파라거스를 좋아한다.

딸기맛 사탕, 딸기 맛 주스, 딸기 맛 아이스크림, 딸기 맛 우유만 먹어본 아이는 진짜 딸기가 어떤 맛인지 모른다. 그래서 실제 딸기를 먹었을 땐 그게 딸기맛이 아니라고 한다. 텃밭에서 딸기를 따자마자 쓱 물에 헹궈 먹어 본 우리 아이들은 마트에서 파는 딸기는 아무 향이 없이 크기만 큰 가짜 딸기라고 한다.


눈사람이 잘 만들어지는 함박눈을 만져보고, 또 뭉쳐지지 않는 가루눈을 만져 본 아이들은 가루눈이 내린 다음 날 젓은 흙을 섞어 갈색 눈사람을 만들어 낸다.


진짜를 알아야 그걸 흉내라도 낼 수 있다. 아이의 창의성은 진짜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감을 통해 진짜를 알고 즐기는 속에서 아이는 언어를 발달시키고 표현력과 상상력을 키워나간다.


내 아이의 놀이를 지지해 주자. 내 편의를 위해서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 내는 건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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