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 잠겨있던 나

by 헤 엄

르완다에 가기 전, 나는 잠겨 있었다.


즉각적인 쾌락을 좇던 시기가 있었다. 배달 음식, 소설책, 그리고 여행. 즉각적으로는 쾌락이 충족되었지만, 그 뿐이었다. 매일이 공허하고 막막했고 부정적이었다. 나 스스로를 소홀히 대했다. 스스로를 가장 들여다봐야 할 시기에 오히려 외면했고, 그렇게 점점 더 깊이 가라앉아 갔다.


그러던 중 엄마와 함께 떠난 캄보디아 여행에서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물품을 기부하는 자리였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내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 수줍은 미소, 그리고 그림을 건네며 환하게 웃던 모습. 마지막엔 두 팔을 힘껏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몰려왔다. 다만 분명했던 것은, 이 경험을 단순한 하루의 추억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확신이었다.


그 후, 우연히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내 앞에 KOICA-NGO 봉사단원 모집 공고를 띄워주었다. KOICA라는 이름조차 몰랐던 내가, 마음을 다잡자마자 이렇게 길이 열리다니. 그렇게 나는 르완다로 향하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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